한국일보

바이든 승리예감에도…‘끝나지 않은 선거’

2020-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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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합주서 막판 역전하며 분위기 반전 “승리 궤도 올랐다”

▶ 트럼프 캠프, 위스콘신ㆍ미시간 개표 중단ㆍ재검표 요구

바이든 승리예감에도…‘끝나지 않은 선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3일 밤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로이터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2020 미국 대통령선거가 결국 도전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초반에 승기를 잡는 듯한 상태에서 투표 당일 ‘사실상 승리’를 조기 선언했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측이 불복의 뜻을 밝히며 소송전에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4년간 세계 최강인 미국을 이끌어갈 리더를 결정하는 작업은 결국 법원으로 넘어갔고 최종적인 결정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통령 선거결과는 ‘바이든 후보의 압도적 승리’라는 당초 예상→개표 첫날 ‘트럼트 대통령 선전’→ 개표 막판 ‘바이든 후보의 역전’ 등으로 이어지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투표 및 개표가 끝난 다음날인 4일까지도 승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자 두 후보는 4일 새벽 각자 입장 발표를 통해 자신이 승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바이든 후보 캠프는 일부 경합주의 선전 소식이 전해지자 승리를 낙관하는 입장을 재차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문제삼으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막판에 뒤집힌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의 재검표까지 요구했고, 특히 미시간주에 대해서는 개표 중단을 법원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4일 낮 현재 바이든 캠프는 개표율이 올라가면서 필승 지역으로 꼽은 ‘러스트벨트’의 전세가 우호적으로 변화한 데 고무된 분위기다.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는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승리를 예상하며 이날 늦게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캠프측은 밝힌 상태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얻은 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바이든 캠프측은 “승리를 굳힌 상태로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편투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어젯밤 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민주당이 운영하거나 지배한 많은 핵심 주(州)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고 나서 놀랄 만한 투표용지 더미가 개표되면서 이 우위는 하나하나씩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매우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반된 태도는 승부처인 러스트벨트 개표 상황이 변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초반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섰지만 개표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우편투표 개표가 본격화하면서 전세가 뒤바뀌었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는 바이든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했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우위 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바이든 후보 지지층이 많이 참여한 우편투표 개표율이 올라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가 4일 아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캠프 분위기가 극적으로 변화했다"고 표현했다.

쫓기는 입장이 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소송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백악관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소송 의향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위스콘신주의 재검표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49.6%로 트럼프 대통령(48.9%)을 0.7%포인트 차로 누른 것으로 돼 있다. 위스콘신은 1%포인트 미만 승부시 패자가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개표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승자 확정에만 36일이 걸린 2000년 대선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2000년 개표 결과가 연방대법원으로 가는 악몽을 겪었다.

2000년 11월 7일 치러진 대선 당일 미국 주요 언론은 저녁 8시께부터 2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개표과정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다시 부시를 플로리다 승자로 전망하면서 당선이 유력하다고 번복했다.

결국 8일 새벽 고어는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부시와의 격차가 줄어들자 고어는 한 시간 뒤 다시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 인정을 취소했다. 역대급 혼란의 시작이었다.

결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수작업으로 개표가 시작됐다. 부시 측이 반발하면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한 달 넘게 승자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방대법원의 수개표 중단 결정은 12월 12일에 나왔다. 고어는 다음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시의 승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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