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이 방화범 막았다 ‘용감한 시민상’수상

2025-09-12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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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2세 케네스 황씨

▶ “위험 무릅쓰고 구해”
▶ LA카운티 검찰이 수여

한인이 방화범 막았다 ‘용감한 시민상’수상

LA 카운티 검찰의 용감한 시민상을 탄 케네스 황(오른쪽 두 번째)씨가 친구 조나단 레이바(왼쪽 두 번째)와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끔찍한 방화 사건이 일어나자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들어 한 생명을 구한 LA 카운티 한인이 검찰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선 호크먼 LA 카운티 검사장실은 지난 10일 패사디나 로터리클럽과 공동 개최한 시상식에서 라번에 거주하는 케네스 황(35)씨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용감한 시민상은 범죄 수사 지원, 피해자 돕기, 범죄 예방, 용의자 체포 등에 특별한 용기와 이타심을 보여 준 일반 시민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이날 함께 상을 받은 친구 조나단 레이바(37·포모나)와 함께 3년 전 전철에서 방화 살인을 막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7일 늦은 밤, 패사디나 지역 메트로 골드 라인 전철 안에서 벌어졌다. 황씨와 레이바가 전철을 타고 가며 대화를 나누던 중 뒤편에서 갑자기 불길과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고통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승객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급히 자리를 피했지만 황씨와 레이바는 오히려 불길을 향해 달려갔다. 불길이 잦아드는 순간 한 여성이 인화성 액체를 부어 피해자에게 다시 불을 붙였다. 이때 레이바는 재킷으로 불을 껐고, 황씨도 이를 도와 피해자를 부축해 일으킨 뒤 가해 여성이 불을 붙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자칫 자신도 불길에 휩싸여 위험에 처할 뻔한 상황이었다.

LA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인 황씨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당시 친구 레이바와 전철을 타고 콘서트를 보러 같이 가던 길이었다”며 “모두가 처음엔 충격에 빠져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순간을 회고했다.

그는 “비상정지 장치를 작동시키고 기관사에게 알리기도 했고, 또 다른 승객이 911에 전화를 했다. 여러 사람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도왔다”며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이었고, 한동안은 전철을 잘 타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살아남았고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그게 저한테는 가장 좋은 소식이었다. 상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때 저의 행동은 상이나 보상을 받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며 “세상에 나쁜 뉴스가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데, 이런 좋은 뉴스들이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크먼 검사장은 “폭력 범죄 상황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보여주는 용기는 늘 경이롭다”며 “피해자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가 이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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