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뜻함 (이야기 깃든 안부 톡)

2020-10-26 (월)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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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감동 받았던 ’시’나 글에서 그 의미가 퇴색되어 지는 것을 느꼈다. 왜 일까 되돌아보았다. 격한 감정의 사랑, 외로움, 절망, 그리움 등에서 많은 부분 끈적한 집착이 보였다. 모든 것 열정으로 보였던 눈먼 시절. 느낌은 들떠있었고 감동은 마음에 회오리를 일으켰었다.

아름다움은, 감동은, 들뜸에서 보다 차분함의 마음 바탕에 은은함으로 스며들 때 가슴과 영혼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오래 내 생명의 맑은 물 되어 참사람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도. 일상의 무료함에 지쳤다는 얘기 요즘 자주 듣는다.

많은 시간 집안에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 식구들과 되풀이되는 일상이기에 그럴만 하다. 매순간의 흐름 한순간도 같았던 적은 없었다.


다만 무딘 우리의 눈길은 그것을 감지 못해 똑같음의 되풀이로 보인 것.

들떠있고 회오리치는 마음엔 매순간 새로움의 흐름 담기지 못한다는 것 알고 계신 성인들은 늘 마음 바라보는 명상을 권고한다.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순수한 사색의 결과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준다.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음을 따뜻한 사랑과 자비의 음성으로 들려준다. 사는 일이 무료할 때, 힘들 때, 지치고 맥이 풀릴 때, 그러다가 희미하게나마 잡고 있었던 사는 의미마저 사라지려 할 때. 깊은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으로 자신의 마음에 힘을 줄 수 있다는것,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이고 따뜻한 사랑이며 그렇게 자신과의 만남을 연결해 주는 것이 명상이다.

“입으로 그냥 불어서 내는 소리가 아닙니다. 따뜻한 입김을 대금 취구 앞쪽으로 모아서 쏘았을 때 그 울림으로 내는 소리입니다.” 모든 한을 일파만파 쪼개어 치유하는 대금 소리는 단전에서 끌어올린 따뜻한 호흡의 독특한 기법으로 연마한 결과임을 듣고 가슴 설레었다. 감동이었다.

삼국사기에는 동해에서 난 대로 저를 만들어 부니 적병이 물러나고, 물결이 가라앉고, 질병과 가뭄이 그치므로 만파식적이라 불렀다 한다. 그 소리의 치유는 따뜻함이 아닐까 나름 생각하다.

말의 아낌으로 더 선명하게 말을 전하는 그녀. 마음이 넉넉해 잠시 머무는 곳에도 진심을 담아 찬찬히 살피며 정이 넘쳐 살며 그림을 잘 그리는 멋진 그녀가 보내온 따뜻한 사연의 톡 나누고싶다.


(‘시’를 보냈는데 친구는 엄마 생각중이었다네요. 새 집을 샀는데 엄마가 올라오시는 중이라고.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친구 엄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부모님을 투영했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친구 부모님은 자전거 같이 아버지는 앞바퀴로 늘 병치레 하신 어머니는 뒤따르는 뒷바퀴로 사셨어요.

몇 년전 사고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오래 못버티실거라 했는데 그 엄마가 막내딸 집을 보시겠다고 한달음에 달려가실 수 없어 쉬어쉬어 가시는 중이랍니다.

친구 엄마가 지금껏 버티신건 외발 자전거가 아니라 지금은 세발자전거 네발자전거로 사시는 거 같아요. 자식들은 조용히 보조바퀴를 해드리는 거고. 이런저런 생각끝에 또 선생님 생각도 하고 고민 안하고 툭 날릴 거에요.

어제 배농장엘 갔는데 15년 전 아버지 모시고 간 곳이어서 배나무 밑에서 웃으시던 아버지 모습 떠올렸거든요. 아버지 계셨으면 “좋구나” 하셨을텐데… 사과 핑계로 단풍구경 다녀왔어요)

현관에 놓인 올망졸망한 사과가 밝으스레한 얼굴 내밀고 방긋 웃고 있다. 따뜻한 마음 쏟아진 종이봉지에서. 10월의 가을이 무르익었다. 따뜻함도 함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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