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킹 카운티 셰리프 때문에 매춘부 전락했다”

2020-10-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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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단속팀이 미성년자 확인하고도 매음굴에 ‘안내’

▶ 당시 17세 피해여성 27년만에 제소

매춘업소 단속에 나선 경찰이 17세 여성을 고의적으로 마사지팔러에 들여보내 창녀로 전락시킨 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단속실적을 위해 근본윤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성년자였던 피해 여성은 27년이 경과한 후에야 킹 카운티를 상대로 200만달러 보상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A양은 1993년 12월13일 밤 홀어머니 집에서 가출한 후 시택 몰을 배회하다가 전에 베이비시팅을 해줬던 이웃여자를 만나 리빙룸 소파에서라도 재워달라고 사정했다. 이웃여자는 3마일쯤 떨어진 ‘골든 터치’ 마사지팔러로 오라며 헤어졌다. A양이 행인에게 버스요금을 구걸하고 있을 때 트럭 한 대가 다가왔고 운전자가 태워다주겠다고 제의했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그 운전자는 킹 카운티 셰리프국이 그날밤 퍼시픽 하이웨이에서 벌인 매춘 함정단속반 반장 존 홀랜드(56) 형사였다.

홀랜드는 A양에게 몇 살이냐고 끈질기게 물었고 A양은 17세라고 실토했다. A양이 마사지팔러가 뭐하는 곳이냐고 묻자 홀랜드는 몸을 팔아서 돈 버는 곳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A양을 마사지업소에 내려주고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떠났다. 잠시 후 홀랜드의 연락을 받은 정복 경찰관들이 업소에 들이닥쳐 A양을 포함한 여성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A양은 경찰관들이 미성년자인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곧바로 떠나버려 자신이 결국 창녀가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떠난 후 마사지팔러 업주 마이클 랜드리(34)가 업소에 와서 A양을 벨뷰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후 감금했다. 그 뒤부터 랜드리의 하수인인 아론(21)이 A양을 매일 시애틀과 에버렛 길거리로 데려가 매춘을 시켰고 수입을 모두 가로챘다. 결국 아론의 아이를 임신한 A양은 도망쳐 나와 10대 홈리스 임신부 보호소에 몸을 의탁했다. 아이를 출산한 A양은 극도의 좌절감으로 자살충동까지 일으켰다. 웰페어에 의존하며 막일도 했지만 이따금 창녀로 되돌아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녀는 2년전 킹 카운티 성폭행 피해자 센터에서 후유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매음굴에서 구조된 여성들의 모임에도 참석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시애틀타임스에 밝혔다. 그제야 자신이 인신매매의 희생자였고 그 배경에 셰리프국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녀는 경찰이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구조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락에 떨어뜨렸다며 지난해 킹 카운티를 상대로 제소했다.

그녀는 경찰이 마사지 업주의 죄를 더 무겁게 하기 위해 미성년자인 자신을 일부러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업주 랜드리는 경찰 조사에서 A양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 매춘을 강요했다고 실토, 지난 1994년 재판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A양의 변호사인 링컨 보리가드는 킹 카운티 셰리프국이 공소시한 만료를 들어 A양의 소송을 기각시키려고 꼼수를 썼다고 비난했다. 킹 카운티 법원은 지난 5월 이 케이스의 재판을 내년 3월 열기로 결정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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