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 법무부 BLM 배지 시비한 수사관 파면

2020-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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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웨이트리스에 “BLM엔 No Tip” 핀잔

▶ 변호사는 언론자유 들어 항변

식당에서 BLM('흑인생명은 중요하다'의 단축어) 캠페인 배지를 단 웨이트리스에게 깐깐하게 굴며 팁을 주지 않은 워싱턴주 법무부 소속 고참 수사관이 파면됐다.

주법무부는 지난 7일 클로이드 스타이거(61) 수사관이 타코마의 한 식당에서 어처구니없는 처신으로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실추시켰고 법무부에 막대한 혼란과 당혹감을 야기시켰다”며 그의 파면사유를 밝혔다. 시애틀경찰국 살인전담 형사 출신인 스타이거는 법무부의 살인사건 수사 추적부(HITS)로 옮겨 수석 수사관으로 근무해왔다.

스타이거를 대리한 스티브 포그 변호사는 법무부의 파면조치는 ‘실책이자 불법’이라며 제소할 뜻을 밝혔다. 포그 변호사는 스타이거가 파면된 것은 그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견해가 법무부와 다르기 때문이라며 스타이거가 40여년간 수십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베테랑 수사관일 뿐 아니라 법무부 고과표에도 견책기록이 전무한 모범 수사관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스타이거는 지난 6일 저녁 부인과 함께 타코마의 ‘피시 페들러’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인 리스 빈센트(19)의 안내를 받아 패티오 좌석에 앉았다. 스타이거는 빈센트에게 칵테일과 안주를 주문하면서 쌀쌀한 표정을 지었고 첫 잔을 마시자마자 계산서를 요구했다. 빈센트는 스타이거가 꺼낸 크레딧카드에 성조기와 함께 파란 선이 삽입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경찰관들의 단결을 상징하는 문양이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백인우월주의자 또는 제도적 인종차별로 인식한다.

목격자들은 빈센트가 공손히 결제를 처리하자 스타이거가 매니저로 보이는 다른 종업원을 불러 BLM 배지에 관해 막말을 하고는 쫓아버렸다고 말했다. 스타이거는 46.74달러의 계산서 영수증에 “BLM 배지에는 팁이 없음.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 식”이라고 휘갈겨 썼다. 그는 이 영수증 사진을 자기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법무부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은 BLM 자체에는 유감이 없지만 BLM 단체가 문제라며 이들 단체를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에 비유하기도 했다.

포그 변호사는 스타이거가 자신의 행동에 사과했다고 밝히고 그의 경찰관 두 아들 중 한명이 최근 캐피털 힐에서 발생한 BLM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상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그는 스타이거가 식당에 간 날은 비번이었고 BLM에 관해 말한 것도 공직자가 아닌 개인으로서 밝힌 사견이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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