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경락의 법률 칼럼-성폭력범에 대한 보호수용법

2020-10-07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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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3일, 희대의 아동 성폭력범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한국 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두순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경기도 안산시에서 등굣길의 당시 8세 여자아이를 한 교회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구타로 혼절시킨 상태에서 성폭행했는데 범행 수법이 너무 잔인하고 흉포하여 한때 어린 딸 가진 부모들에게 엄청난 공분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재판 당시 조두순은 이미 성폭행 및 상해치사 등의 전과가 있었고 죄질이 무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12년 징역형만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음주나 약물에 의한 심신미약 감경이 금지되었고,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과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범에 대한 1대 1 보호관찰 등의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정작 당사자 조두순은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이를 비켜갔다.

조두순은 출소 이후 안산시 소재 아내 집으로 돌아갈 의사를 밝혀 지금도 안산에 살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과 안산시민들은 불안을 느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보호수용제 도입 법안을 제정해 달라고 여러 번 청원했다.

안산시는 시 나름대로 보호관찰소 감독관 증원 및 조두순 집 주변 등에 기존 방범 카메라 3,622에서 211대를 추가 설치기로 하는 한편 지난 9.14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보호수용제 도입 법안을 긴급 제정해달 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법안의 요지는 아동 성폭력범과 상습성폭력범 등 흉악범은 형기만료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자는 제도이다.
하지만 안산시의 요청에 법무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15년 보호수용제도 입법을 추진하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이중처벌과 형벌불소급 원칙의 이유로 제동이 걸려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체적 구속을 피하기 위한 자유주의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기본 권리일 뿐 아니라 법원이 정한 형을 복역하고 나온 사람을 다시 사회와 격리시키는 제도는 보기에 따라 이중처벌도 되고, 범죄 행위 이후에 제정된 법률에 의한 사후처벌도 되기 때문이다.

미국도 성폭력범의 보호수용 제도 문제를 둘러싸고 이중처벌과 형벌불소급 원칙에 배치된다며 소송이 이어지는 등 한동안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1997년 캔사스 대 헨드릭스(Kansas v. Hendricks) 사건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소아성애증 환자인 헨드릭스에 대한 보호수용은 민사상의 구속이며 따라서 형법의 원칙인 이중처벌금지와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주어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를 근거로 뉴욕주의 경우 2007년부터 정신위생법(Mental Hygiene Law) 제 10조를 통해 특정 성범죄자들에 대해 보호수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성범죄자들은 징역이나 보호관찰 기간의 만기가 가까워지면 뉴욕주 정신건강국과 검찰청에서 민사상 보호수용이나 집중관찰의 대상이 되는지 심사를 받게 된다. 이때 심사관들은 이들이 ‘감금을 필요로 하는 위험한 성범죄자(a dangerous sex offender requiring confinement)’인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 심사를 거쳐 만약 감금이 필요하다고 결정이 되면 배심원 재판에 회부하고, 여기에서도 동일한 판결을 받게 되면 감옥이 아닌 정신건강 시설로 옮겨져 보호수용 되거나 집중관찰을 받게 된다. 보호수용자들은 매년 정신질환 검사를 통해 출소가 가능한지 검사를 받고 집중관찰자들은 전자발찌, 주거지역 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 등의 조치를 받는다.

작년 뉴욕주 검찰청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총 2만664명의 성폭력범이 ‘위험한 성범죄자’인지에 대한 심사를 받았으며 이 중 재판을 통해 641명이 보호수용, 345명이 집중관찰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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