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수중 소음장치로 물개 쫓는다?

2020-10-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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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 발라드 락 도수로 연어 보호 위해 ‘신무기’ 실험

태평양에서 성어가 된 연어들이 기껏 수천마일을 헤엄쳐 온 뒤 산란장을 코앞에 둔 시애틀 도심 발라드 락 수(하이램 치텐던 락) 수문의 좁은 도수로에서 물개들에게 속절없이 잡아먹히자 당국이 물개퇴치 ‘신무기’를 도입, 실험하고 있다.

시애틀의 ‘오션스 이니셔티브’ 소속 생태학자 로라 보가드는 도수로를 거슬러 레이크 유니언으로 올라가려다가 발라드 락의 콘크리트 벽에 막혀 오도가도못하는 연어들을 잡아 물개들이 연일 잔치를 벌인다며 그동안 수중 발진장치나 폭죽, 심지어 가짜 범고래까지 사용해봤지만 물개들이 더 이상 속지 않아 신형 소음장치를 사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St. 앤드류스 대학이 개발한 이 장치는 ‘족집게 수중경보기술(TAST)’로 큰 철제 통속에 스피커 2개를 넣어 무작위 간격으로 소음을 내도록 돼 있다. 대단한 신기술 같지 않지만 보가드는 실험결과 소음을 들은 물개들이 달아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물개들이 치눅 연어와 코호연어 및 철갑송어들을 마구 잡아먹어 퓨짓 사운드의 연어보존 노력을 방해하는 원흉으로 꼽는다. 주정부 어류야생부(WDFW)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물개들에 잡아먹힌 치눅연어 치어는 520만~2,600만 마리로 추정됐다. 워싱턴주 하천으로 회귀하는 치눅연어 성어가 연간 8만4,000 내지 16만7,000여 마리 떨어지는 것은 퓨짓 사운드에 서식하는 1만9,000여 마리의 물개들 소행 때문인 것으로 WDFW는 보고 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치눅연어는 퓨짓 사운드의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오카(Orca, 범고래)의 기호식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오카 아닌 물개와 바다사자 등 다른 동물에 잡아먹힌 치눅연어는 1975년에서 2015년 사이에 150%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연어의 또 다른 천적인 가마우지를 퇴치하기 위해 연방당국은 컬럼비아 강 댐 인근의 가마우지를 마구잡이로 죽였다. 그에 따라 컬럼비아 강은 세계최대 가마우지 서식지라는 타이틀을 2017년 잃게 됐다. 작년 가을 국립 해양대기청은 200마일에 달하는 이 강의 댐들 근처에서 연어를 포식하는 바다사자 사냥도 허용, 최소 716마리를 총살 처분했다.

퓨짓 사운드의 터주 대감이자 가장 흔한 포유동물인 물개는 조상이 같은 개나 곰과 달리 뭍에서는 엉기적거리지만 물속에서는 금메달 급 수영선수다. 600피트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고 물속에서 숨 쉬지 않고 30분간 머무를 수 있다. 큰 눈으로 컴컴한 심해에서도 잘 볼 수 있고 지나가는 물고기가 일으키는 파장을 콧수염으로 감지하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수중소음장치가 물개에도, 연어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솔직히 큰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연어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효과가 적더라도 시도해볼 만하다며 발라드 락 외에 다른 곳에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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