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마에 집 잃은 것도 서러운데 온 가족 7명 코로나 확진

2020-09-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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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주 크리스천 가정 이중고로 고통 겪어

이달 초 워싱턴주 동부의 말덴 마을을 휩쓴 산불에 100년 이상 된 고택을 잃은 매튜 그레이엄 부부는 엎친데 겹친 격으로 온 가족 7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고 호텔방에서 격리생활을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레이엄은 동네 전체가 잿더미가 된 지난 7일 기침증세를 보였으나 위트만 카운티 하늘을 뒤덮은 산불연기 때문이려니 하고 괘념치 않았다. 하지만 가족이 호텔로 대피한 뒤 온 가족이 독감 비슷한 증세를 일으켜 검진한 결과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인 그레이엄은 거의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만큼 심한 탈진상태이지만 그의 부인 제시카 역시 양쪽 폐에 폐렴이 도져 고생하고 있다. 다행이 5살부터 12살까지인 자녀들은 신체적 고통을 겪지 않지만 대신 집을 잃은 충격으로 울거나 소리 지르기 일쑤다. 첫 2주 동안은 식욕이 없다며 아무 것도 먹으려 들지 않아 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웠다.


그레이엄은 특히 쌍둥이인 딸(7)이 밤중에 자지 않고 소파와 벽 사이 틈의 마룻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메었다고 말했다. 그는 1.5 에이커의 넓은 대지와 푸른 초장, 체리나무를 포함한 4그루의 거목에 둘러싸인 집을 그리워하며 잠을 못 이루는 딸을 침대에 뉘어 간신히 재우곤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부부는 스폭스맨 리뷰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생은 심하지만 희망도 많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이들 부부는 신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환난과 핍박과 역병을 겪은 성경 속의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자기들의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비록 우리는 모든 걸 잃었지만 여전히 모든 걸 갖고 있다. 우리는 원래 건강했고 다시 건강해질 터이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분명한 건 우리 가족이 이 시련을 극복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호텔에 2주가량 더 격리돼 있어야하기 때문에 새 집을 구하기 위해 나다닐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엄 가족은 말덴 마을의 대다수 다른 가구들과 달리 화재보험에 들어 있었다. 현재의 호텔투숙 비용도 보험사가 커버해준다. 더군다나 친지들이 ‘고펀드미’ 모금계정을 통해 1만달러 가까이 모아줬다. 제시카 여인은 기부자들의 대다수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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