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일을 비범하게

2020-09-28 (월)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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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자꾸 보채고 안달하면 방망이가 거칠어지고 제 모양이 안 나온다니까.” 노인이 말했다. 노인은 이러 저리 돌려가며 쉬지 않고 깎는다. 저러다가는 방방이는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노인은 한참 동안을 더 다듬고 깎아 낸 후에 방망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이제야 다 되었다고 내 주었다. 값을 치르고 버스 앞에 다가와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노인은 그제서야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휘어진 허리를 펴고 동대문 추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는 흰 수염과 함께 고집스런 그의 모습에서 존경스러움을 느꼈다.“(윤오영의 수필집 ‘방망이 깎던 노인’ 중에서)


대가는 작은 것에 섬세하다. 작은 것을 비범하게 처리하는 창의성을 지녔다. 대가는 뜨거운 열정과 혼이 깃든 작은 것에 놀라운 성공이 숨어있음을 잘 인지한다. 진정한 성공을 이루려면 무턱대고 큰 것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작은 일부터 비범하게 처리하는 겸손한 습성을 길러야 한다. 스위스를 보라. 작은 시계 하나의 성공을 쌓아 큰 나라를 이뤘다.

명인 도공(陶工)은 작은 일에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흙도 아무 것이나 쓰지 않는다. 가소성(可塑性)이 강한 고령토만 사용한다. 흙을 반죽하는 물도 아무 물을 안 쓴다. 석간수(石間水)만을 고집한다. 도자기 장인은 가마 속의 불꽃에도 질(質)이 있다고 믿는다. 가마에 집어넣는 장작도 꼭 송진이 묻어나는 소나무만 베어다가 쓴다.

호랑이는 작은 일을 비범하게 처리하는 일에 최고다. 호랑이가 작은 일을 비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탐욕이 없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을 때 다른 좋은 사냥감이 가까이 있어도 절대로 사냥하지 않는다. 한 가지 일이 끝난 후에야 그 다음 일을 진행한다.

탐욕이 없으니 호랑이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여유롭다. 신비롭고 권위가 있다. 작은 일에 나타난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인하여 숲속의 짐승들이 호랑이 앞에서 두려워 떤다.

예수는 말씀했다. “작은 일에 충성한 자에게 큰 것을 맡기겠다.” 왕중추는 말했다. “신(神)은 언제나 디테일 속에 있고 1퍼센트의 부족이 일 전체를 망친다.” 당신은 리더인가. 자신의 맡은 일에 혼을 불어넣으라. 타인을 감동시키라.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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