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말과 참말

2020-09-25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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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도 자주 들으면 참말처럼 들린다. 한국 대법원은 “TV토론에서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판결(2020/9)을 내렸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거짓말도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판결! 이것도 대법원에서의 판결! 얼마나 ‘멋진’, 아니 얼마나 ‘기기 괴괴 묘묘한’ 판결인가. 보통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 되니까 참말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어디 자기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는가? 아니다. 자기는 매일 참말만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거짓말한다고 우겨대는 사람들의 말이 오히려 거짓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로 1만2,000 명밖에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20만 명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거짓인지? 누가 참말인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참말이고, 자기가 그르다고 생각하면 그른 것이 되어버린다.

장성택(김정은 고모부)은 북한 세력의 2인자였었다. 듣는 말에 의하면, 김정일(김정은의 아버지)에게 후계자로서, 김정은이가 아니고, 이복형 김정남이를 추천했었다.

자기를 추천해주지 않았기에 김정은이는 장성택한데 원한을 품고 있었다. 김정은이가 2011년에 북한의 수령이 되었다.

2년 후, 2013년에 장성택이를 반역죄로 체포했다. 그리고 장성택이를 여러 발의 고사포(비행기 공격용 포)로 쏴서 죽였다. 그렇다면 장성택이의 몸뚱이는 산산이 부서져 없어져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김정일에게 직접 들었다면서, “김정은이가 고모부를 죽인 뒤, 시신을 북한 간부들이 이용하는 건물의 계단에 갖다 놓았다.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고 했다(책 <격노, Rage> 우드워드 저, 신문보도 2020/9/14).

왜 이런 끔찍스런 이야기를 트럼프에게 해주었을까? 트럼프가 아무리 큰소리친다고 해도, 트럼프는 결코 미국시민 단 한 사람도, 자기 마음대로, 죽이지를 못한다.

그런데 김정은이는 자기 고모부이고 북한의 권력서열 제2인자라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죽일 수 있다는, 그런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한편 트럼프는 김정은이의 ‘잔인성’을 미국 시민에게 알리려고 작가 ‘밥 우드워드’에게 이런 이야기를 고의로 해주었을까? 이게 참말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읽고 듣기에는 흥미진진하다.

모든 정치가들은 참말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또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잘 알려진 ‘정상’이다. 가장 ‘참말’만 해야 하는 한국의 현·전직 법무부장관들이 요새, 신문에 보면, 거짓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부(眞否)를 알아낼 수 있는가? 결론은, 권세 있는 자들의 말은 ‘거짓도 참말이 되고’, 힘이 없는 자들의 말은 ‘참말도 거짓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거짓 없이 참말만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싶으신가? 권력을 잡으시라.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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