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유령단체’가 경찰예산 삭감 반대?

2020-09-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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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부에 등록 안된 ‘MSF’시민들 상대로 로비활동

경찰폭력 및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봇물을 이룬 뒤 시애틀 시당국이 경찰국 예산삭감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정체불명’의 로비단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다.

‘시애틀을 전진시키자(MSF)’라는 이름의 로비단체는 지난주 페이스북에 5,000달러 이상을 들여 경찰 예산삭감에 반대하는 광고를 내고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게 MSF에 가입해 이 캠페인에 동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제니 더컨 시장은 지난달 시의회가 통과시킨 경찰예산 삭감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경찰관을 최대 100명까지 해고하고 그에 해당하는 예산을 홈리스 구제 등 커뮤니티 지원에 전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의회는 재투표를 통해 더컨 시장의 거부권을 뒤집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다.


MSF는 관계 정부기관인 시애틀 윤리선거위원회(SEEC)에 등록돼 있지 않다. 주민발의안이나 선거후보 또는 의회를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 로비활동과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광고도, MSF 웹사이트도 이 단체의 구성원과 조직 등 실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MSF는 약 1주일간 계속된 페이스북 광고에서 시의회 법안이 ▲경찰국 이미지 개선에 관해 구체적 설명이 없고, ▲경찰관 감원이 시민안전에 미칠 영향에 관해 언급이 없으며, ▲전용될 경찰예산으로 무숙자를 돕는다면서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누리꾼들에게 해당 선거구 시의원들에게 더컨 시장의 거부권을 뒤집도록 전화나 이메일로 촉구하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시의원들에게 선거구민들의 이메일이 쇄도했다. 리사 허벌드 시의원은 지난달 총 8,300여건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이들 중 경찰예산 삭감을 지지한다는 메일이 5,078건, 반대한다는 이메일이 3,285건이었다고 시애틀타임스에 밝혔다.

MSF는 자체 웹사이트에서 스스로를 “안전하고 건강하며 정당한 시애틀을 위한 시민들의 연맹”이라고 밝히고 시당국이 추진하는 경찰 이미지 개선정책에 책임감을 갖고 접근하도록 주창하는 것을 주요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MSF의 우편주소가 시애틀의 공룡 업계단체인 ‘다운타운 시애틀협회(DSA)’와 동일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DSA 측은 “MSF의 한 회원단체로서 실질적 우편주소를 필요로 하는 MSF에 자발적으로 DSA 주소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SEEC는 민초 로비단체들이 정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한 주정부 관련법을 모델로 시애틀 시정부도 입법조치를 취하도록 지난 1월 시의회에 초안을 상정했지만 아직 심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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