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 법무장관, “시위대 폭동교사 혐의로 다뤄라”

2020-09-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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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시위지역’ 허락한 시애틀시장 기소도

▶ 대선 앞두고 전국 검찰에 강력대응 주문

최근 전국 대도시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윌리엄 바 연방 법무장관이 연방검사들에게 시위자들을 폭동교사 혐의로 다루고 특히 제니 더컨 시애틀시장을 기소 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시애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바 장관은 지난주 연방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시위폭도들에 폭동교사 법(sedition law)을 적용해 엄벌하도록 종용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바 장관의 이 같은 비정상적 언급에 놀랐다고 익명을 요구한 두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바 장관은 시애틀 다운타운에 경찰이 제지할 수 없는 시위공간인 ‘CHOP’을 허가한 민주당 소속의 더컨 시장을 기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법무부 민권국에 지시했다며 이는 시위대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공격해온 선출직 공무원들도 타깃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는 풀이했다.


이에 대해 더컨 시장은 16일 저녁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막바지 권력남용에 사뭇 겁난다. 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을 혼란시키려는 의도다”라고 비난했다.

더컨 시장은 “이는 궁극적으로 나 개인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 장관이 법을 악용하고 법무부를 정치도구화하려는 수법이다. 특히 민권신장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과 정적들을 바로 그 민권법으로 조사하고 겁주며 처단하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바 장관의 이번 조치는 민주당과 전직 법조계 관료들로부터 그가 법무부를 정치기구로 변모시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이 연루된 법률문제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시점에 터져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조치는 또 항의시위가 폭력 양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전략을 바꿔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부각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정당화하고, 이를 방관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집권한다면 미국이 무법천지가 된다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바 장관은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지 않으면 미국이 파멸의 벼랑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최근 드러내놓고 대선에 개입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최근 시카고 트리뷴지에 “트럼프가 낙선하고 미국이 양갈래 길에 서게 될 경우 미국 국민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주의 행로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법 전문가들은 검찰이 시위자들을 폭동교사 법으로 다루긴 어렵다고 말한다. 반정부 정서를 드러내는 표현과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구별하기 쉽지 않으며 폭력에 대한 논의나 임박한 위험을 보여주는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미시간주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 소속 대원들이 현지 경찰관을 살해하고 연방정부 및 주 정부와 무력 충돌을 벌이려는 계획을 세워 폭동 선동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2012년 검찰의 기소가 '정황증거'에 기반한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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