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전은 없고 가치 대결은 점점 격화되는 대선

2020-09-01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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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지명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여 조 바이든 후보의 자택인 델라웨어주 웰링턴에서 화상으로 전당대회를 하였고, 공화당은 용감하게 코로나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입장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슬롯과 백악관에서 후보지명 전당대회를 개최하였다.

민주당은 철저히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따르면서 화상을 통해서 미 전역의 연설자들과 당원들이 참가를 하였다. 반면에 공화당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336명의 대의원만 참가했고 백악관 후보 수락 연설에는 1500여명이 마스크와 거리두기 없이 참가했다. 물론 감염자들이 발생하였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클린턴 전 대통령, 오바마 전대통령이 연설을 하였고 공화당의 인사들도 참여하여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였다.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수전 몰리나리 전 하원의원,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던 맥 휘트먼 휴렛패커드 최고 경영자가 화상으로 참석하였다.


그리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당시 파웰 국무장관, 곤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하여 고 존 메케인 상원의원 부인과 전직 공화당 출신 20여명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조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현역인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이 반트럼프 입장을 밝혔고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외교 안보와 정보국의 핵심인사들은 아예 팩(PAC,정치행동위원회)를 만들어서 반 트럼프 운동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야말로 다인종의 민주당 전당대회는 공화당 전통 노선부터 진보의 버니 샌더스 의원까지 다 모여든 빅텐트 전당대회였다.

반면 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야 말로 트럼프 가족들과 트럼프주의로 똘똘 뭉친 트럼프 전사들의 결의대회였다. 특히 지난6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찰개혁을 외치는 시위대에 총을 겨누어 기소된 부부를 비롯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방역을 치하하는 간호사와, 2019년 플로리다 한 고교의 총기사건으로 딸을 잃은 부모가 연사로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전 공화당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은 참석을 하지 않았다. 압권은 백악관에서의 대통령 지명 수락 연설과 현직 국무장관의 지지 연설이다. 이것은 지난 75년의 미국 역사에서 전당대회에서 현직 대통령 지지를 연설한 최초의 현직 국무장관으로 공직자가 공무 중에 또는 공직에 따른 권한을 동원해 정치 활동을 못하게 한 해치법(Hatch Act) 위반이다.

더구나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지침에는 직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후원하는 유사한 회합에서 지지 또는 반대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그 국무부 수장 폼페이오가 버젓이 정파적 활동을 했다.

그러나 각 당의 전당대회 내용은 간단했다. 민주당은 미국을 파괴하고 망가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했지만 국민들에게 그를 왜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득할 비전있는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바마 케어 복구 공약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된 바이든 케어를 공약으로 내세워야 하지 않았을까? 한편 공화당은 한술 더 떠서 좌파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공약은 없다고 하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0 대선은 처음부터 미래를 위한 비전이 아니라 인종주의라는 가치의 대결이다. 여기에 근거한 반이민 친이민 대결, 인종주의를 감추기 위한 기독교 우파 복음주의냐 아니냐의 대결, 그리고 중산층 이하 정책과 전국민의료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 정책을 놓고 무덤 속 공산주의까지 불러낸 이념대결이다.

우리와 같은 소수계는 인종주의에 바탕한 반이민 정책을 지지해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 그리고 오바마 케어와 같은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공산주의 정책이라고 반대해야 할지 지지해야 할지, 카톡으로 오는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어느 입장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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