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칠석, 행복에 이르는 만남

2020-08-31 (월) 원공 / 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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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매년 음력 7월 7일에 맞이하는 칠석이라는 절기가 있다. 칠석은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우리와 같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설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칠석은 그 이름이 중국의 고전인‘시경’에 나와 있어서,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고 한다. 칠석은 불교와는 관련이 없지만 우리의 풍속을 받아들여서 사찰에서는 예불을 하고 축원을 한다. 특히 바로 이어지는 불교의 큰 명절인 백종(우란분절)과 연결시켜서 칠석에는 살아있는 가족의 행복을 축원하고 백종은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해서 천도법회를 갖는다.

칠석에는 은하수 동쪽에 있는 견우와 서쪽에 있는 직녀가 까치가 놓은 오작교에서 일년에 한 번 만나, 두 사람의 기쁨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불교적인 비유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참 행복은 만남에 있다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은 신(영원한 나의 님)과의 만남에 비유할 수 있다. 신(GOD)과의 만남은 모든 종교인들에게는 최고의 행복이다. 신(GOD)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불교를 포함한 진리의 가르침에서는 참나와의 만남, 진리(도)와의 만남이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만남이든 근본적인 만남은 둘이 아닌 한마음에 이르고 그때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 깊은 사랑의 행복 속에 있을 때는 견우도 없고 직녀도 없을 것이다. 서로의 에고를 잊어버린 모든 것을 초월한 한마음의 지극한 행복이 있을 뿐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뭔가를 쫓아가는 목마름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번뇌이고 중생의 괴로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의 ‘The Power Of Now’라는 책에 하나의 비유가 있다. 오랜동안 길가에 앉아서 구걸을 해온 거지가 있었다. 어느 날 한 행인이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걸터앉은 그건 뭐요?” ,“그냥 낡은 상자일 뿐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난 항상 이 상자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그 안을 본 적이 있소?” “그건 봐서 뭘 하게요? 안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안을 한 번 들여다 보세요.” 거지는 마지못해 상자를 열어봤다.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황금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행복(황금)을 찾는 지혜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행복을 항상 밖에서(대상에서) 찾는다. 그것을 거지로 비유했다. 그러나 참 행복은 자기 안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밖에서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자기 내면은 보려고 하지 않는다. 모양이 없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성인들은 밖에서 찾지말라고 말한다. 바라는 것을 이루는 마음의 법칙(Secret)에서는 마음의 상태가 현실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여태까지 무관심했던 우리 마음이 보물 창고이니 나의 마음에서 구하라는 말과 같다.

이와같이 신(GOD)을 만나고 진리(도)를 만나고 참 나를 만나는 것을 칠석에서는 견우가 직녀를 만나는 것이라 한다면 칠석은 우리에게 마음을 내면으로 향해서 영원한 나를 만나 ‘마음의 불(지혜)’을 밝혀서 참다운 행복을 얻으라고 하는 조상들의 지혜에서 나온 방편일 수 있다.

어쨋든 우리 스님께서는 칠석을, 마음의 불을 밝히는 날로 진리에 부합되게 지금에 맞게 받아들이셨다. 그것이 조상의 얼을 오늘에 살려서 나아가는 삶이라 생각한다.

<원공 / 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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