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가 성사다!

2020-08-28 (금) 조민현/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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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안에 성사만큼 신비적인 종교적인 의식도 세상에 많지 않다. 빵과 포도주가 성체성사를 통해 진짜 하느님의 몸이 된다느니,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산다느니, 병자성사를 받는다느니, 죄를 고백하고 사죄해 주는 고백성사를 받는다느니 말이다.

그리고 신부들과 수도자와 수녀님들의 삶이 사실 말 그대로 성사이다. 삶 자체가 증거이고 하느님의 신비이다. 그래서 신부들이 뭐 하나 잘못한 것이 신문에 보도되면 너도 나도 관심이 많다. 왜냐하면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드러내는 성사가 거꾸로 정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신부들의 성에 대한 스캔들이 그러했다.

내 친한 친구신부가 한탄을 하며 하는 말이 자기가 친한 남자 친구와 둘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가면 게이라고 소문이 날까 걱정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남자 친구와 극장에 가면 바로 옆에 같이 앉지를 않는다.

혹히 여신자하고 둘이 다니면 어느 신부가 연애를 한다고 쫙 소문이 난다고 한다. 가끔 고등부 학생이나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거나 저녁을 먹으러 다니면 어린 아이와 다닌다고 페도파일 (Pedophile) 이라고 수군거릴까봐 걱정된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골치 아프니 혼자 다니기 시작하면 저 신부는 뭔가 이상하다. 혼자 다니기를 좋아한다 하며 앤타이 소셜 (Anti Social) 이라고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누구일까? 뭐하는 이들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면 자신의 소명과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된다.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신부로 수도자로 한 평생 살아가는 일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건강하고 멀쩡하게 생긴 젊은 사람들이 혼자 살아가며 하느님의 대리자로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죄를 사해주고 무슨 이야기이든 듣고서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켜준다는 것 참 이 세상에서 보기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적인 나약함이 드러나고 죄를 짓게 되고 죄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말이 좋다. 왜냐하면 영적인 치유자라 불리우는 이들이 스스로도 자신의 상처로 아파하고 고통받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우리의 구원자이시다. 우리는 다 그 분의 도구일 뿐이다.

오늘 같은 세상에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며 서로 10/10 대화를 하며 친구처럼 연인처럼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과도 또 메마른 이 세상에 오아시스 같지 않은가?

ME를 살아가는 부부들은 참 은혜롭고 세상에 소금과 같아 참 감사하다. 혼인성사와 신품성사는 이 세상에 빛을 비추는 은총의 성사이다. 그래서 바로 여러분이 성사이다. 우리가 성사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교회가 이 21세기에 또 어떻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사랑, 신뢰, 대화, 듣기, 혼인 신품성사 참 너무나 아름다운 은총의 성사들이 있는 한 우리 세상은 여전히 빛나고 아름답고 은혜롭고 감사할 것이다. 자 바로 우리가 성사이다. 아멘

<조민현/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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