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도자의 자질

2020-08-2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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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평생을 지도를 받기도 하고 지도자의 자리에서 일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좋은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의 생애를 성공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비결이기도하다.

우선 좋은 지도자의 자질은 말을 적게 하라는 권고부터 하고 싶다. 혀가 요물이다. 실패의 동기가 말 때문일 수가 많다. 실언 실수가 말을 잘못하거나 너무 많은 말을 하다가 법하는 예가 많다. 말하기 전에 내 말이 주변에 끼칠 파동을 생각하여야 한다. 말하는 사람보다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이다.

옛 시조 한 수 감상. “말하기 좋다 하여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마를까 하노라”.
지도자는 짐을 함께 지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교통 혹은 통신을 뜻하는 영어로 Communication이 있다. 이 낱말은 본래 라틴어인 Communus 에서 나왔다. Communus 는 짐을 함께 진다 혹은 책임을 함께 진다는 뜻이다. 대인관계가 부드럽게 되기 위해서는 짐을 함께 지는 정신이 동반되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로마 시대 법정의 증인은 매우 엄격하였다. 증인도 피고와 똑같은 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수가 십자가 형을 언도 받았을 때 예수의 무고함을 증언하려는 증인이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 증인도 십자가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솔선하여 책임을 함께 진다는 결의는 위대한 지도자의 자질이다.

지도자에게 절대로 요구되는 지질이 겸손이다. 겸손은 소리 없이 섬기는 마음 가짐이다. 정의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사랑을 보이기 위하여 내세울 때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겸손은 정의를 빛나게 하고 사랑을 정말 고귀하게 만든다. 겸손은 모든 덕의 기본자세이다. 내가 존경하던 인물들은 모두가 겸손한 사람들이었다. 겸손한 사람 앞에서는 고개가 수그러진다.

겸손은 질그릇과 같다. 김치는 질그릇에 담아야 맛이 난다. 지도자에게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겸손이다. 몸집이 큰 새들의 음성은 투박하여 듣기 싫다. 작은 새들 예를 들면 종달새 굴뚝새 참새들의 노래는 예쁘다. 하나님이 작은 것들에게 예쁜 음성을 주신 것은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이신 것이다. 지도자의 자질은 웅변보다 겸손에 있다.

지도자의 자질로서 도덕을 뺄 수가 없다. 도덕을 묵은 개념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역시 지도자는 도덕적인 면에서 깨끗해야 한다. 퇴조한 정치가들을 보면 무엇인가 도덕적인 면에서 비난을 받은 예가 허다하다.

뇌물 수수, 이성관계, 거짓말, 권력남용 등 실각자들의 원인을 찾아보면 도덕적인 실패가 허다하다. 도덕적인 면에서 깨끗해야 남을 지도할 자격이 있다. 모두가 공자님처럼 되지 않아도 어느 수준까지는 지도자다운 정결함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질에 첨가하여 통솔력까지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減花)이다. 나는 젊어서 어느 여학교에서 가르쳤는데 학생들을 통솔하는 대대장이라고 불린 학생이 공부는 중간 정도였으나 통솔력이 탁월하여 학생들이 그 아이의 호령을 잘 지켰다.

같은 또래끼리도 지도력이 있는 아이가 있다. 소위 카리스마가 있는 것이다. 교인들이 나를 무서운 인상이라고 하여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렸다는 말을 들었다. 목사로서 인상이 낙제점이었던 것 같다. 다정한 인상을 주지 못한 것이 오랜 후횟거리이다.

정(?)은 영어로 번역할 말이 적당치 않아 영어 서적에도 그냥 jung으로 표기한다. 지도자가 정다운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을 주고 받고 하는 것이 한국인의 사랑이다. ”정들자 이별”이 한국인의 비극이었다. 정이 있는 지도자라면 최고의 자질일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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