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쑥부쟁이 들국화

2020-08-24 (월) 전임숙/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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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손짓하여 바람 따라 공원길 나서니
송이송이 감아둔 얘기들 하고 싶은 듯
들꽃들이 웃고 있다

흰 꽃잎에 노랑 꽃술 들국화,
모습이 너무 고와
공작 이라는 별명 달아 주었다

풀숲 헤치며 쏟아내는 아이들의 웃음
벌 나비 불러 모아 연인들의 발걸음 묶어두고
내 유년 꽃동산엔 네 꿈으로 가득 했지


대장간 주정뱅이 아버지,
병석에 누운 엄마.
풀 뜯어 나물죽으로 연명 시킨 큰 딸의 선행을
쑥부쟁이라 불렀다지

그 동산,
외로움 삭이며
스스로 깨어 사는 조용한 꽃
지금도 내 가슴 들판엔 너, 피어있단다.

<전임숙/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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