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과응보: 히로히토 일본천황

2020-08-13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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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는 해방이요 기쁨의 날이다. 일본으로서는 패배의 날이다. 전쟁에 지니까 독일 히틀러는 자살했다. 그런데 일본은 패망했는데도 히로히토는 자살은커녕 체포되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그 당시 맥아더 장군하고 미국 트루만 대통령은 오히려 히로히토를 귀빈으로 정중히 모셨다. (패전국 일본을 말썽 없이 잘 다스리기 위해서 히로히토가 필요했겠지만).

히로히토는 전쟁패배 후에도 계속 일본의 왕으로서 일본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편안하게 살다가, 1989년 88세의 나이로 죽었다. 이것은 히틀러에 비하면 아주 대조적이다.
불교는, 창조주라는 게 없다. 하나님이 ‘나’를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바로 ‘나’자신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업(karma)을 짓는다. ‘업’이 다음 생의 ‘나’를 만든다. 살인이나 도둑질을 하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나쁜 업’을 짓는다. 계율(戒律)을 지키면서 남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좋은 업’을 만든다. 업이 좋으면 인간이나 하늘사람으로 태어난다. 업이 아주 좋으면 왕이나 대통령 혹은 아주 부자로 태어난다. 업이 나쁘면 지옥이나 동물로 태어난다.


사람이란 ‘좋고’ ‘나쁜’ 어떤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아무리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게으름 피우면 그 좋은 운명이 다 무효화된다. 나쁜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착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좋은 운명으로 바꾸어진다.

사람이란 태어날 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 것이란 운명도 갖고 태어난다. 부처는 일체는 무상(無常)하다고 말했다. 살아 있음도 무상하고 죽어 있음도 또한 무상하다. 어느 정도 ‘살아 있다가’ 죽는다. 죽음도, 어느 정도 ‘죽어 있다가’ 다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한 살에 죽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백 살까지 살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 죽음의 기간도 사람 따라 다르다. 죽고 다시 태어나고…, 업에 따라 생과 사(生死)가 윤회하는 것이다.

일본은 1937년에 난징(그 당시 중국 수도)을 점령했다. 일주일 동안 난징 시민 20~30만 명을 학살했었다. 그 후 아시아의 많은 나라를 침범했었다. 다른 지역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겠는가를 쉽게 상상해낼 수가 있다. 히로히토는 ‘나쁜 업’을 많이도 지어놓았다.

불교에서는, 히로히토가 전생에 ‘좋은’ 복을 많이 쌓아놓았기에, 일본 왕으로 태어났고, 그리고 패전 후에도, 전생의 공덕이 너무 많았기에, 계속 왕으로서 편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생의 공덕이 다하면, 히로히토는 현생에 엄청나게 많은 ‘나쁜 업’을 지어놓았기에, 자기가 저지른 그 죗값을 언젠가는 치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옥이나 혹은 정글의 동물로 태어나서 그에 응당한 고통을 당할 것이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요즘 어떤 권력자들은 못된 짓을 함부로 저지르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게 인과응보이다. 다음 생에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나고 싶으신가, 지금 살아있을 때 좋은 업을 많이 지어놓으세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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