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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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함정

2020-08-10 (월)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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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청년이 아침 해변가를 산책하다가 천연 진주를 주웠다. 조약돌만한 크기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주 표면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아쉬운 나머지 청년은 흠집을 지워 없애기로 작정했다. 연마기를 가지고 사과껍질 벗기듯이 조심스럽게 한 껍질 살짝 벗겨내었다. 하지만 흠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완벽한 진주를 꿈꾸는 청년의 야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 눈만 뜨면 흠집을 바라보고 벗겨내고 또 벗겨 내었다. 여러 날이 흘렀다. 마침내 벗겨내던 흠집이 사라졌다. 청년의 마음은 날아갈듯 기뻤다. 큰 소원을 다 이룬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진주가 보이질 않았다. 흠집과 함께 진주도 사라지고 말았다. (오 헨리의 단편 ‘진주’ 중에서)

모든 것은 본래부터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은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지어놓지 않았다. 햇빛아래 먼지가 일어나듯 누구에게나 흠결은 다 있다. 완벽에 대한 욕심 때문에 몸통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


제주도는 바람이 많다. 육지에서 처음 이주한 주민들은 지천에 널린 돌을 주어다가 밭둑을 따라가며 빈틈없이 긴 돌담을 쌓았다. 며칠 후 밭둑에 나가보았다. 촘촘히 잘 쌓은 돌담이 다 뒤로 넘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높이를 낮추어 담을 쌓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돌을 다듬지도 않고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게 쌓아보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아무 저항 없이 지나가도록 담벼락 여기저기에 구멍도 숭숭 뚫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담은 오래 동안 든든했고 무너지지도 않았다. 마을 농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하, 너무 완벽하면 무너지는군. 좀 허술한 데가 있어야 오히려 든든하단 말일세.”

영국 우화집에 실린 글이다. “내 마차에 무거운 감자 부대를 싣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무거운 감자 부대를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 길을 가노라면 큰 감자는 저절로 위로 올라오고 작은 감자는 아래로 내려간다. 마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서 스스로 최선의 일을 해 준다.”

이탈리아 명품 포도주 ‘사시카이아(Sassicaia)의 최고 품질은 1969, 1972, 1973년에 생산된 것이다. 이 시기에 강우량과 일조량은 최악이었다. 최악의 테루아(terroir)는 때때로 최선의 품질을 낳는다.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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