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조의 예술

2020-08-06 (목)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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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엔 한국의 총선, 올 가을엔 미국의 대선이 있어 정치 바람이 불고 있는데 74년 동안 존속되어 온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이 1993년 해체되면서 체코 연방 대통령직을 사임한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 1936-2011)이 저서 ’여름 사색(Summer Meditations)’에서 정치인들이란 단순히 한 국가의 건강이나 병약상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런 상태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국민 수준만큼의 정치 지도자를 갖게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 사회의 거울이고 그 사회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일종의 화신이 정치인들이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말해서 그 거꾸로 역(逆).도 참으로 진(眞)이다.

정치인들을 반사해주는 거울이 사회라고. 사회 구성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점과 약점 가운데 어느 쪽에 의존하는가, 사회 내부의 어느 세력을 억제하고 또 어떤 세력을 육성시키는가는 주로 정치인들에게 달렸다.


이전의 정권 (여기서 그는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의미했겠지만 유럽과 미주를 포함한 전 세계의 통칭으로서 서구식 독점 자본제국주의 정부들에게도 해당되는 말 아닐까?)은 이기적 탐욕, 시기, 증오심 같은 인간 최악의 성질을 충동하고 동원해왔다.

그것도 아주 조직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약점을 악용해 온 것이다. 우리 자신의 최대공약수에 상당치 못하고 그 가치 기준에 못 미치는 위정자들로 인해 우리가 오늘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와 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우리 사회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의 최선을 이끌어 낼 중차대한 사명을 띠고 있다.

이처럼 명쾌한 그의 진단대로, 그래서 정치란 ‘가능성의 예술’이라 하는 것이리라. 예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게 잘 짜여 있어 다른 데서 경험하고 맛볼 수 없는 위안처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일찍이 내가 들은 말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지금 네가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가는 네게 주신 창조신 하느님의 선물이고, 앞으로 네가 어떤 사람 누가 되는가는 하느님에게 바치는 네 선물이다.”
이 말에서 ‘하느님’이란 우리 각자가 각자대로 있도록 도와 주신 우리 조상, 부모형제,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까지 다 포함한 큰 하나 ‘하나님’이리.

이 말을 좀 달리 풀이해 보자면 이렇게도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가 ‘너자신을 알라’고 했다지만 그보다는 ‘너 자신을 창조하라’고, 아니 또 그보다는 ‘너 자신을 날마다 새로 창조해 가면서 살라’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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