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의 존엄성

2020-08-04 (화) 최효섭 /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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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주 해켄색 병원에서는 색다른 돌 잔치가 열렸다. 출생시 겨우 1파운드 20온스의 미숙아로서 생존 가능성은 전혀 없었으나 의사, 간호사 기타 전문가들의 공동 노력으로서 돌을 맞은 것이다. 아기 아버지가 감격스럽게 말하였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한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아이의 이름을 훼이스(Faith 믿은)이라고 지었습니다.”

영국의 언어학자이고 의사이기도 하였던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 들어가 평생을 토인들과 함께 지낸 것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모든 일을 의미있게 하면서 살 수 있다. 나는 죽을 뻔한 고비를 여러 번 겪으며 살아남은 사람인데 생명을 다시 찾았을 때의 기쁨이란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기쁨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생명이 맥없이 사라지는 것을 날마다 목도하며 생명의 존엄을 어느 때보다도 실감있게 느낀다. 생명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며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그 생명을 잘 유지하고 보람있게 사용하여야 한다. 오래 산다는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주어진 생명을 훌륭하게 가꾸는 것이다.

인간의 목적지는 무덤이 아니다. 나의 생명을 보람되게 사용하는 그 성의와 진실함이 나의 인생을 의미있게 사용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고흐는 젊어서 무척 가난하였다. 옷 살 돈이 없어 낡은 푸대로 만든 옷을 입고 다녔다. 낡은 푸대이니 인쇄된 글이 그냥 보였다. “깨지기 쉬운 물건이니 취급 조심”이란 글이었다.

사람이란 실수도 하고 잘못도 많이 저지른다. 몹시 깨지기 쉬운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은 노력에 따라 깨지지 않는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어 그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던 것이다.

영국 수상 처칠은 위트 넘치는 달변자로 유명하였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회의차 백악관에 묵고 있을 때 목욕을 하고 완전히 벗은 몸으로 방에 있는데 루즈벨트 대통령이 들어왔다. 처칠은 조금도 어색함이 없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는 것이다. “대영 제국의 수상은 미국 대통령에게 조금도 숨길 것이 없소이다.” 루즈벨트는 “당신은 위대한 수상일뿐 아니라 대화의 천재요”하고 말하였다고 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따라 당신은 훌륭한 인물일 수도 있고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첫째 당신은 지난 한 달 동안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 보았는가? 둘째 당신은 지난 1년 동안에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여 보았는가. 셋째 당신은 지난 3년 동안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도와준 일이 있는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실한 행위를 광고하지 않고 하면 그는 위인이다 하찮게 보이는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위인의 길이다.
인간이 모든 생물 중 뛰어나고 만물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공작 할 수 있는 동물’(Homo faber)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은 건설의 손이요,발전의 손이요, 개척의 손이었다. 그러나 어떤 손을 갖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살리는 손도 있고 죽이는 손도 있다. 건설하는 손도 있고 파괴하는 손도 있다. 그러기에 도덕성이 문제가 된다. 내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사용하여야 나도 잘 되고 세상이 잘 된다.

손 뿐이겠는가. 머리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데 따라 사람은 선인이 되기도 하고 악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의 존엄이란 물질적인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이며 영적인 문제이다. 하루 세 끼 먹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손발과 머리를 잘 움직이는 것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덕, 철학, 종교 등이 등장하게 된다. 종교는 특별한 사람들의 분야가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분야이다.

김재준 박사가 나에게 글 한 귀를 주셨는데 ‘心體 光名 暗室中有靑失’ 이런 교훈이다. 몸과 마음이 빛을 발하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빛을 발하면 저절로 행복은 오게 되어있다.

<최효섭 /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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