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과 전염병을 다스리는 자

2020-07-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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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6월부터 한달 넘게 시작된 폭우로 창장(長江) 일대의 남부지방에 1998년 대홍수이후 최악의 물난리가 났다. 4,5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건물이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물로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곳은 이태리 베네치아도 만만치 않다, 석호의 섬에서 비롯된 도시인 베네치아의 지반은 연간 2mm씩 가라앉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면은 연간 2mm씩 상승하니 실제 지면의 침강효과는 연간 4mm다. 현재 해수면 상승 대비로 대형금속제 방벽을 사용한 모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도시가 물에 잠겨버리지 않을까 베니치아인들의 걱정이 크다.

물은 문명에 있어 필수적이다. 중국 황하 문명을 비롯해 나일강 주변 이집트 문명, 갠지스강 주변 인도문명,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의 삼각주에 발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모두 거대한 강을 끼고 시작됐다.


고대의 경우 농사의 풍작, 흉작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므로 엄청난 인력과 자본을 동원해 물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비가 언제 얼마나 내리는 지 강의 범람 주기는 어떻게 되는 지 관찰연구 했다.

특히 중국 고대국가에서 치수(治水)는 군주의 최고 덕목이었다. 물(강)을 다스리지 못하는 군주는 백성을 먹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태평성대 요순시대의 순임금은 자기 자식이 아닌 황하의 물을 다스린 농사꾼 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우는 둑을 쌓고 물을 막는 대신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 치수에 성공했다. 이렇게 황하를 다스린 중국의 군주들은 천하를 얻었다.

한국의 경우 일제시대의 치수사업은 하천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50년대말 이전까지는 하천 개수 사업과 제방축조 사업을 추진했으며 7,80년대에는 다목적댐 건설과 하천 정비사업으로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이 구성되며 202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4대강 사업은 무리한 치수 사업으로 중단 중이다.

이렇게 인류는 아직도 물과의 싸움이 진행 중인데 새로운 적이 생겨났다. 바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다. 세계 역사를 바꾼 전염병은 여러 개 있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소작농이 줄어들자 봉건제가 무너졌고 서유럽은 근대적인 상업 경제가 발달했다. 또 전염병을 피해 장거리 항해에 나서면서 유럽의 식민지 제국주의를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메리카 대륙은 식민지 개척자를 따라 들어온 천연두를 비롯 각종 질병이 휩쓸었고 프랑스는 아이티를 휩쓴 황열병으로 군대가 대거 사망하자 미국 정부에 루이지애나 땅을 팔아넘기고 식민지 팽창 야망을 포기했다. 미국 땅이 이때 2배로 늘었다. 그러면 오늘날, 지금까지의 모든 질서, 의식,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 19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전염병은 봄에 따스해야 하는데 춥거나 여름에 더워야 하는데 서늘하거나 가을에 서늘해야 하는데 덥거나 겨울에 추워야 하는데 따스하다면 반드시 전염병이 생긴다’ 고 했다. 모든 것이 그 성질에 맞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동안 자연을 너무 소홀히 대한 것이 아닐까.


현대의학이 발달했다지만 새로운 전염병도 자꾸 생기고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의 지도자는 컨트럴 타워가 되어 국가 안보와 연결된 극히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절대로 하찮게 여겨서는 안된다.

‘논어’ 에서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가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경제를 넉넉하게 하여 백성들로부터 믿음을 얻는 것이다. 그중 가장 끝까지 품어야 할 것은 믿음이다. 안보를 버리고 경제를 버리더라도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최고의 코로나 19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이 나라의 국민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얼마나 믿을까? 또 조 바이든은 얼마나 믿을까?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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