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잃어버린 ‘미소’

2020-07-2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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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값나가는 그림중의 하나가 명화 ‘모나리자’이다. 이 그림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은 그림 속에 잔잔하게 담겨있는 아름다운 미소 때문이 아닐까. 이 미소가 없다면 이 그림의 가치는 그만큼 크지 않았을 것이다. 모나리자는 16세기 화가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로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초상화가 지난 1911년 8월22일 감쪽같이 사라진 적이 있다. 이 그림이 없어진지 하루가 지나도록 누구 하나 눈치 챈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도난 사실을 뒤늦게 접한 파리 경찰 당국은 즉시 박물관을 폐관하고, 프랑스 국경을 봉쇄하고 야단 난리였다.

20세기 최고의 명화가 도난당한 사실은 호외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각국의 언론들이 이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결국 모나리자는 범인에 의해 이탈리아까지 갔다가 해를 넘겨 다시 프랑스로 되돌아왔다. 세계가 들썩거린 이유는 그 그림 속에 담겨있는 ‘영원한 미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소중한 미소가 어찌 그림에만 있겠는가. 진정 아름다운 미소는 살아있는 인간의 미소다. 인간에게서 미소가 없다면 진정한 인간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미소는 인간의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미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마스크 착용으로 사람에게서 자취를 감추었다. 코로나사태로 임시 휴관했다 다시 개관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까지 마스크를 착용시킨 만평도 나와 쓴웃음을 짓게 한다.

한동안 집콕 하던 사람들은 모두 조만간 마스크를 벗고 예전처럼 사람들과 다정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지낼까 고대했다. 그 기대는 이제 다 무너지고 오히려 더 마스크 착용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진정되던 코로나가 다시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주 등에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미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6만명이 넘으면서 하루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 공기중에 떠도는 미세 침방울에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까지 나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30개주 이상이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를 발표했고, 뉴욕시는 대중교통노조가 버스 이용시 마스크 착용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뉴저지도 그간 시행해 오던 공공장소내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를 이번에는 야외 공공장소로까지 확대했다. 이제 공공활동에서 마스크를 벗는다는 건 생각조차 못할 일이 되었다.

누구를 만나도 마스크를 쓴 채 서로 눈만 바라봐야 하니 쌍방간에 미소를 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미소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미소를 지으면 뇌에서 엔돌핀이 나와 울적하거나 어두운 기분이 풀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즐겁게 하면서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학설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늘 ‘이 세상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자각과 미소가 조화를 이루면 모든 병을 물리치는 약이 된다’는 신념으로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사람들로부터 웃는 모습을 자주 접하면 몸 건강, 마음 건강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귀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스크를 꼭 필요할 때 쓰고 벗는 지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할 것 같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말했다. “미소는 가장 값싸고 가장 효과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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