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산 구조의 힘’

2020-07-20 (월)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직면한 혼란 때문에 약해지거나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 후자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혼란을 활용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변형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혼란을 환원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혼란을 통하여 자아가 더욱 강화시키고 창의력을 얻는 기회로 삼는다. 만일 혼란 가운데서 분산되는 힘을 활용 가능한 것으로 변형시키는 기술을 인간이 터득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1977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일리아 프리고진(I. Prigogine)은 이 같은 변형 시스템을 ‘소산 구조(dissipative struc ture)’라고 명명했다.”(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중에서)


마틴 루터의 부모는 가난했지만 자녀 교육에는 남다른 관심이 많았다. 장남인 루터를 법률가로 만들어 가문의 명예를 세우려는 소원이 간절했다. 부모는 어려운 살림에도 허리를 졸라매어 루터를 에르푸르트 대학 법학과에 보냈다. 루터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여 법률 공부에 매진했다.

루터가 22세가 된 1505년 6월 2일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부모를 만난 후 루터는 친구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에르푸르트대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슈토테른하임(Stotternheim)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먹장구름으로 변하면서 폭풍우를 동반한 벼락이 내려쳤다. 그 순간 친구가 벼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고 루터는 살았다.

친구의 죽음을 목도한 루터는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자리에 엎드려 소리쳐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살려 주시면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그 후 루터는 벌률 공부를 포기했고 하나님께 서원한대로 어거스틴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위기 때에 루터는 결단을 했고 그 결단이 그의 진로를 180도 바꾸어 종교개혁자가 되는 모티브가 되었다.

죽음을 방불케 하는 위기상황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새로운 질서는 위기를 통해서 나오고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의 끝자락에서 위대한 도약을 성취할 때가 많다. 이것이 프리고진이 말하는 ‘소산 구조’의 힘이다.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