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사태 기간 중 겪은 일

2020-07-08 (수) 임형빈 / 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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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발생초기 모든 기관이 휴업상태에 들어가던 중이었다. 뉴저지에 사는 큰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늘 바쁘신 몸이라 우리 집에 자주 못 오셨는데 지금은 한가한 시간일 터이니 이참에 저희 집에 오셔서 1주일만이라도 쉬었다 가시면 어때요”하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집에 있으면 심심할 터인데’하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1주일 후에는 뉴욕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던 것이 그 후부터 뉴욕에 감염자가 확산일로인지라 아예 예정을 바꾸고 눌러앉고 말았다.

다행히도 이곳은 뉴저지 서북방 Wayne 지역 매우 한산한 곳이다. 딸네 집도 비교적 큰집이다. 나는 베란다까지 딸린 바깥 풍경도 바라볼 수 있는 2층방을 택하여 자리를 잡았다. 뒤뜰 잔디밭도 커서 아침저녁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도수체조도 하고 주변 몇 바퀴씩 돌며 조깅도 즐긴다.


잔디밭 가장자리 텃밭에서는 봄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한편 닭장에서는 암·수탉 5마리와 또 수십 마리의 병아리들도 자라고 있다.
그리고 오후시간에는 한차례씩 닭장 안에 들어가 암탉들이 낳아놓은 네 다섯 개의 계란을 수거해 오는 것이 나의 일과의 한몫이 되고 말았다.

또 야산에 흩어져있는 씀바귀나물을 캐다가 무쳐먹는 것도 일미요, 쑥도 뜯어다가 쑥떡이며 튀김까지 하니 이 또한 별미다. 텃밭 가장자리 양지쪽을 보니 예전에 시골에서나 맛보던 돌나물들이 소복이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 역시 뜯어다 물김치를 담아먹으니 더욱 입맛을 돋우게 된다.

딸이 다니는 교회(뉴저지 베다니 감리교회) 권사 친구들로부터 아버님 드리라고 약식, 개피떡, 청포묵, 잡채 등을 만들어 보내오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내가 평소 딸처럼 사랑하는 황목사로부터 ‘이럴 때 일수록 아버지 건강을 챙기셔야 한다’며 녹용대보탕 1박스와 또 별도로 시시때때 차로 끓여 드시라고 당부와 함께 구기자와 왕대추 한 봉지도 우체부를 통하여 보내왔다.

또 스태이튼 아일랜드에 사는 김 집사 내외가 정성어린 카드와 금일봉까지 부쳐왔다.
또 이외에도 100여명의 지인 후배들로부터는 매일 안부전화를 받는다. 또 어떤 분들로부터는 카카오톡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음악, 가요, 찬양, 율동을, 또 어떤 이는 장문의 유익한 재미있는 글들을, 또 어떤 사람은 단편 드라마나 동영상까지 보내오는 등등 이것을 소화하기에도 나의 일과는 너무나 바쁘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 남들은 코로나 사태로 힘든 삶을 살고 있을 터인데 나는 이같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각별히 사랑하사 역사해 주시는 것으로 믿고 그저 감사 감사하고 기도를 올려드릴 뿐이다.

이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큰 어려움이 닥치고 말았다. 수년전 내가 몹시 아파했던 신경성 위장병이 재발한 것이다. 밤이면 뱃속에 개스가 꽉 차서 고통도 심하여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마저 잃어 음식도 못 먹을 지경이니 얼굴마저 핼쓱해지고 말이 아니다. 예전에 다니던 위장전문의 병원에 전화를 해봤다. 코로나 사태로 문도 안 열고 휴무중이니 별 도리가 없다 한다.

나는 이번에는 주치의 정연희 내과에 또 전화를 했다. 간호사 왈 요즘 환자가 많아서 일주일후에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 왔다. 수 분후 간호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특별케이스로 당일 오후 3시로 잡아 놓을 터이니 나오라는 것이다. 할렐루야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하여 마냥 댕큐, 댕큐’만 연발한 후 정한 시간에 당도했다.

진찰을 마친 후 처방을 받아 약국에 들려 위장약, 항생제, 소화제 등을 타 가지고 온 후 지시한 시간대를 맞추어 복용했더니 일주일정도 지나자 많은 회복을 보았으니 다행한 일이고 이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다른 병원들은 문을 닫고 있어 많은 환자들이 고통 중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한사람이라도 더 고쳐 살려보려는 고귀한 희생정신으로 의사, 간호사들이 일심동체 입에는 마스크 안면에는 플라스틱 보호대까지 2중 무장하고 정성껏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고 재삼 칭송하며 감사와 격려 드린다.

<임형빈 / 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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