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상향

2020-06-30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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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理惻鄕)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땅이다. 철학자들도 모든 종교도 이상향을 말하였다. 지식이 많으나 적으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이상향이 있어 짧은 인생이지만 그곳을 향하여 달려간다. 이상향이 물질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일 수도 있다. 흔히 사는 보람을 말하는데 보람이라는 것이 이상향을 향한 실현을 말한다.

인류가 추구한 것은 세계적으로 평등 박애 자유의 이념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그랬고 미국의 독립전쟁이 그랬다. 소위 민주주의의 방향 역시 평등 박애 자유이다. 최근 백인 경찰이 흑인 시위자를 죽인 사건이 발생하여 흑인 사회의 대대적인 시위가 각 도시에서 벌어졌었는데 그들의 구호 역시 평등 박애 자유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규탄하는 저항시위였다.

이상향은 어떤 곳인가? 변덕꾸러기도 없고, 중대발표도 없는 곳이다.위장쇼도 없고 겁 주는 공갈도 없는 곳이다. 자유를 향한 허위의식도 없고 권력을 찾아 헤매는 갈등도 없는 곳이 이상향이다. 힘에 의한 지배는 사라지고 사랑에 의한 질서가 온 땅을 덮는 곳이 이상향이다. 총도 돈도 힘을 못 쓰는 곳, 나를 흔드는 자도 넘어뜨리려는 자도 없어 내가 무중력 상태로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이상향이다. 그곳의 음악은 모두 3 박자인데 친절한 말, 희생적인 행위, 겸손의 낮은 허리로 구성되었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은 슬픔의 눈물은 없고 환희의 눈물만이 있는 곳이며 경쟁하는 발걸음은 보이지 않고 칭찬하는 박수만이 들리는 곳이다. 넘어뜨리려는 자는 없고 일으켜주는 손만이 보이는 곳, 뇌물은 주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는 곳이며 협조금이 줄을 이으는 아름다운 곳이 이상향이다. 도대체 싸워서 이기려는 자가 없다. 함께 승리하고 함께 상 받는 것을 즐기는 곳이 이상향이다.


오래 사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람있게 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상향 시민들의 철학이다.
이상향은 어떤 곳인가? 나를 광고하려고 애쓰는 자가 없는 곳이다. 남을 알아주고 남을 칭찬하고 남의 소리를 듣고 남을 존중하는 곳이 이상향이다. 머리를 복잡하게 굴릴 필요가 없는 곳, 그래서 모두가 단순하게 사는 것이 이상향이다. 순진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깨끗하고 맑은 곳, 푸른 하늘 같이 넓고 시원한 곳이 이상향이다. 그래서 예수는 아이들과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 이상향을 보이지 않는 먼 나라로 생각하고 거기에 살 날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신앙이다. 이상향을 이 땅 위에 건설하려고 노력 하는 것이 바른 믿음의 자세이다. 천국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곳이다. 사는 보람을 천국 건설에 두는 것이 바른 신앙이다. 그러기에 교회란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천국을 건설하는 집단이다.

이상향을 향한 확실한 믿음을 가진 자들만이 이상향에 이를 수 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정말 이상향은 싫현될 수 있다고 믿고 그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자들만이 이상향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천국은 빼앗는 것이라고 말한 예수의 말이 그런 뜻이다. 이상향은 선물이 아니라 내가 획득하는 것이다.

이상향은 찾아 헤매어 얻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먼저 만들어야 한다. 심중(心中) 천국이 영원한 천국으로 이어진다. 그런 뜻에서 영생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 오늘 시작되어야 할 사건이다. 오늘부터 영원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영생을 얻은 자에게는 당장 기쁨이 솟는다. 천국생활은 지금 시작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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