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관계 위기와 전략적 선택

2020-06-29 (월) 써니 리 /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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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추진하던 남북미관계의 외교적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자 3월 연이은 미사일발사에 이어 마침내 남북 연락소 폭파등 잇다른 도발로 관계악화라는 초강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전세계가 뒤숭숭하고 미국마저 비상사태 해결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극복의 성공모델로 떠오른 남한을 의식한 갑작스런 도발행위의 기저에 깔린 북한의 전략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등 북한의 단골메뉴는 군사도발을 통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전략적 복선이 깔려 있다.

현재 트럼프의 임기는 몇개월 남지 않았고 코로나 대응실패로 재선이 불확실하다. 만일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미국방정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에서 미군철수를 지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는 무리한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하며 2020년 9월까지 9500명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물론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천문학적인 국방비 분담증가를 요구함과 동시에 주한미군철수를 공공연히 언급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한미동맹의 파장은 예상이상으로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경제회생의 수단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국방비 분담증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반적인 국방정책에 대한 무지와 세계안전을 위한 미군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트럼프의 미군철수와 국방비 분담의 비상식적인 증액 요구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국익과 외교, 안보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즉흥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트럼프의 좌충우돌 국방외교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트럼프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는데 남한과의 사전협의없이 갑작스럽게 한미연합훈련 자체를 취소하는가 하면 2017년 8월에는 북한이 미군의 주요 거점인 괌인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자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북한에 전쟁으로 대응하겠다며 군사위협을 가했으나 미국은 군사전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현재 남북관계 위기와 한미군사동맹의 파행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히 진행되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적대관계로 돌변한 것은 북한내부의 결속강화와 지도력 고조를 위한 일시적인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일관성을 갖고 남북관계의 모든 가능성들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도 더욱 긴밀한 공조관계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만일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한미동맹은 심각한 손상이 예고되지만 방위비 분담증가문제로 이미 일본과 나토등과도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한국은 미의회의 국방 수권법에 따라 미군 하한선이 2만 2000명으로 정해져 있고 동북아 군사허브 역할을 하는 전략적 이점 때문에 미군철수를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의 위기를 전환점으로 한국은 한미동맹관계를 재점검하면서 미국을 우호적으로 끌어들이고 북한을 달래 남북미관계의 중심에 서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절대적 역할을 한 것처럼 다시금 중심축으로서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은 협상이 가능하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장에 기꺼이 등장할 것이고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손을 내밀 것이다. 김정은은 대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트럼프를 지켜보다 재선될 경우 도발이 됐던 협상이 됐든 새정부 출발과 더불어 다시금 군사적 행동개시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협상력으로 빅딜을 유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미의회 한반도 위원회의 의장으로서 지한파인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한미동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를 대비해 남북관계회복을 위한 다각도의 접근을 통한 전략적 선택을 마련해야 한다.

<써니 리 /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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