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음 만들기

2020-06-15 (월) 최효섭 / 아동문학가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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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Harmony·화음)를 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음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더 발전된 새 질서를 창조하는 음악 형성 3대 요소 중 하나이다.” 이것은 음악 뿐이 아니라 가정도 나라도 인류도 함께 만들어야 할 우주의 질서이다. 예수가 이웃사랑을 천국 건설의 명제로 내세운 것도 화음 만들기를 주장한 것이다.

나는 세계사의 불가사이가 바로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인종이 다 모이고, 세계의 문화와 언어가 다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나는 그 비결을 이렇게 보고 있다. “남을 배격하기 전에 먼저 자기의 좋은 점을 내놓고 모두를 위하여 공헌하였기 때문이다. ” 영국계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았다. 아이리시(Irish)는 유럽이민 중 가장 가난하였으나 기독교 신앙이란 엄청난 선물을 이 땅에 심었다.


독일계는 우수한 교육제도와 클래식 음악을, 이탈리아계는 미술 석조건축과 음악으로 공헌하고 오랜 유랑민인 유대인들도 가정교육과 학구열로 모범을 보였다. 그들은 서로 모여 자기의 좋은 것을 내놓고 공헌한 것이 미국이란 나라이다. 다른 음들이 모여 화음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요즘 중국의 유행어는 화해(和諧)이다. ‘허세’라는 중국 발음으로서 조화를 뜻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해사회, 화해민죽,화해경제 등 모든 면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나의 결혼식 축사의 특징은 행복한 가정은 진정한 하모니 곧 화음으로 이룩된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행복은 독창이 아니라 합창으로 이룩된다. 결혼상대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 다른 음을 어떻게 화음으로 만드느냐 하는데에 재미도 있고 행복도 있다.

미국이 이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50년 전만 해도 용광로 정책(Melting pot)이었다. 어느 인종이라도 일단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들어왔으면 녹아 하나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소위 샐러드 볼(Salad Boul) 정책으로 표현한다.

맛 모양 색깔 향기가 서로 다른 채소들이 한 그릇 속에서 새로운 맛을 창출하듯 인종과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미국이란 사발 속에서 더 고차원적인 새로운 맛을 창출하자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 화음이 단음보다 더 웅장하고 아름답다.

미시건 호수만한 작은 나라에서 아직도 지역감정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좁은 생각이다. 공산주의를 말하지만 독일도 월남도 모두 통일하였는데 우리만 70년 동안이나 헤어져 있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이다.

미국 속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다민족, 복합문화 속의 삶을 실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야 말로 다양 속의 통일을 입증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실험대에 올라 있다. 섞여 사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이민의 과제이다. 나는 미국교회와 한인교회가 한 건물을 쓰는 체험을 하면서 교회가 두 인종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민교회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던 것이다.

한국인은 젓가락 문화를 가졌다. 젓가락은 두 개의 가락이 서로 협력하여 음식을 입에 나른다. 매우 협력적인 예술이다. 서양 식탁에는 포크가 놓인다. 찌르는 공격적인 도구이다.

한국인은 서로 도우며 사는 젓가락 문화를 살려야 한다. 포크문화는 먹는 용도만을 위한 것이지만 젓가락 문화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먹는 예술적인 용기이다. 나는 굵은 나무 젓가락을 좋아하는데 식사를 해도 풍치가 있다. 그런 것이 한국인의 멋이 아니겠는가!

<최효섭 / 아동문학가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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