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비례대표 국회의원

2020-06-10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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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에서 위안부로서 심한 고통을 겪었던/ 할머니들을 위한다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모금해온 돈/ 회계장부를 부실하게 해놓고/ 심지어 개인계좌로 돈까지 모아놓고!/ 그 사이 자기 개인집을 현금주고 다섯 채나 샀단다//

눈앞에서 모금한 것을 직접 보았는데도/ 배고프다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돈이 없다면서 점심도 안 사준다(2020/5/7)/ 심미자 할머니는 한탄한다/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러온 악당들이라고(2020/5)//
4억짜리도 못 되는데 7억 주고 산 ‘위안부 쉼터’(2013/9)/ 아버지에게 매달 관리비용을 지불한다/ 집값은 매년 올라가기 마련인데/ 7년이 지난 후 4억 원에 밑져서 판다(2020/4)//

똑똑하기는 아주 똑똑한가 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되는 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생겼나 보다//구름이 걷히어도 밤이면/ 태양은 나타나지 않는다/ 낮이어야 나타난다/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해도(2020/5). (시 ‘어느 비례대표 국회의원’)


국회에서 나라의 법을 제정한다. 한국의 정치는 당이 비례대표의원을 선정한다. 그리고 의원 출마자를 공천한다. 당수의 눈에 잘못 보이면, 공천을 받지 못한다. 당이 공천해서 당선되었기에, 주민들의 권익에 위배된다고 해도, 자기 양심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당에서 하라는 대로, 당이 원하는 법을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당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리고 다음선거에 공천을 받지 못한다.

신문에(2020/6/4),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해 공수처법에 반대하고 조국 사태당시 소신 발언을 했다가 강경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다. 그가 21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되었다. 당내에선 자신의 진영 논리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 힘들어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했다.

박정권 때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있으면 중앙정보부에서 조용히 잡아갔다. 회전의자에 앉혀놓고, 수염이 다 빠지도록 획 돌리고 돌렸다. 그래서 의원들은 박정권이 하라는 대로, 손들라 하면 손을 들었고, 손 내리라 하면 손을 내렸었다.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는, 폭력은 없고, 공천만 안 해주는 것으로 끝나니까, 그래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2020)에, 같은 공화당원으로서, 롬니(상원의원)는 자기 양심상 도저히 트럼프를 위해서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면서, 탄핵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에서는 당에서 의원 출마자를 공천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공천해서 주민들이 국회의원을 직접 뽑는다. 그리고 워싱턴 의사당으로 보낸다. 미국의 의회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의회이다. 한국의 의회는 다르다. 한국의 의회는 “당수의, 당수를 위한, 당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한국도 국민을 위한 의회를 갖고자 한다면 우선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이 의원들을 직접 공천하고 선출하는 것이다. 이래야, 국회에서 위안부를 위한 단체가 위안부를 위해 진짜로 돈을 썼는가를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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