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세상에 천주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20-06-01 (월) 조민현 요셉 /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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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복음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실천했어야 하는데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이 코로나 사태에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나를 생각해 보면 아주 복잡한 마음에 얽혀든다.

설마, 설마 우리는 피해가겠지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성당 미사를 멈추더니 또 어느 날은 갑자기 성당 문까지 닫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교구청의 지시를 받고 실행하면서 믿기지 않게 빠르게 전개되는 현실을 내 마음이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공황장애를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미사도 없고 레지오 모임도 없고 교리교육 모임도 없고 성시간도 없고 기도 모임도 없고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정말 그냥 문 닫힌 성당을 지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이게 뭐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의 정체성까지 흔들리지 않는가?


수많은 신자분들, 노틀담 성당학교 학생들, 학부모들, 청년미사를 준비하는 청년 성가대, 어른 성가대, 영어미사 성가대, 스패니시 기도모임 성가대들 그야말로 동대문시장처럼 북적거리던 성당에 문 닫아 놓고 텅 빈 팰팍 거리에 텅 빈 성당에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나도 헷갈리는, 한마디로 방황의 시간이다.

어떤 날은 신자 한 명도 만나보지도 못하고 멍하니 정신 빠진 사람처럼 성당에 앉아 있으면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나도 모를 때가 있다. 내가 종교인은 종교인이지? 내가 신부는 맞지? 맞아! 신부로 지금껏 살아 왔으니 신부는 신부이지! 좀 모자랄지 몰라도 신부이지 하며 가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물어본다. 아는 신자 중에 의사선생님은 목숨을 걸고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다가 자신까지 코로나에 걸려 생사를 오간다 하고, 신자 중 뉴욕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님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병원에 출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천주교신부는 때깔만 좋지 정말 세상이 뒤집혀 엉망이 되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인가 하며 묘한 공허감을 느낀다.

나는 별로 한 일이 없고 내가 보기에 교회도 별로 한 일이 없다.
미국대통령이 나와 매일 브리핑을 하고 뉴욕 뉴저지 주지사 뉴욕시장들이 매일 야전군 사령관처럼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고 상황을 체크업하며 전쟁터 상황실을 방불케 할 때 우리는 어떤 지도력도 본 적이 없고 그저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잘 따르는, 그래! 지금은 말만 잘 들어도 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교회들은 말 안 듣고 교회문을 열어 예배를 강행했다 하는데 우리 천주교는 일사불란 대주교님 말씀에 하나처럼 움직여 정부의 지시를 따랐으니 그것만이라도 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더욱 지도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우리 교구에 수백 개 교회들이 문을 닫으면서 예기치 못한 많은 문제점에 닥치면서 아마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로 바뀐 세상에 우리 천주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너무 엄청난 질문이지만 나는 코로나로 엄청나게 늘어났고 고통 받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과 우리 교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믿고, 그게 안되면 적어도 함께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교회가 많이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봉사하는 교회가 되었지만 이번 코로나로 더욱 더 겸손과 봉사를 교회 전례 행정 사목 신심활동 모든 교회활동에 담아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주변에 훌륭하고 멋진 동료 사제들, 수도자들, 코로나 사태에도 우리 직분을 멋지게 지켜내며 예수님께 대한 헌신과 사랑을 살아가는 존경하는 나의 형제자매님들께 참 깊은 동료애를 느낀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조민현 요셉 /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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