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7센트의 서비스’

2020-05-1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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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모터스(GM)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휘청거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57센트짜리 부속품 때문이다. 10년 전의 일이다. 매장의 한 엔지니어가 점화장치 결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의 소리를 들었다.
엔지니어는 즉시 그 문제점을 조사하여 해결책을 찾아낸 다음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직속상관은 그냥 무시해 버렸다. 57센트짜리 작은 부품의 결함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진짜 문제는 10년 후에 터졌다. 똑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1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엔 최고 CEO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회사는 급히 전문가를 초빙하고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회사는 결함 차량 860만대를 리콜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려 문제를 수습했다.“(조셉 나이 주니어의 ‘The Power To Lead’ 중에서)

제임스 월슨과 조지 켈링은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다.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리창 파손이나 낙서와 같은 경미한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방치하면 얼마 후 동네 전체가 슬럼화 된다는 ‘범죄 확산론’이 깨진 유리창 이론의 요지다.

브랜튼은 뉴욕시의 명성 높은 경찰국장이다. 1994년, 브랜튼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시정(市政)에 도입했다. 건물낙서, 노상방뇨,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를 원천부터 단속했다. “빨간 불일 때 길을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살인,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브랜튼의 지론이다. 그 결과 범죄율은 50%이상 줄었다. 정화된 한강물에 잉어가 돌아오듯 맨하탄이 싫다고 교외로 나갔던 시민이 다시 돌아왔다.

‘사소한 잘못이나 오류를 초기에 잡아야 카오스를 방지 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자녀 교육에도 적용된다.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어려서부터 품행이 방만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본이 되지 못했다. 초기의 잘못을 방관하지 않고 바로잡아 주었다면 부패한 자녀가 되지 않고 훌륭한 지도가가 되었을 것이다. GM의 조사관 한 사람이 말했다. “뱀이 나오면 즉시 죽여야 한다. 그러나 GM에서는 뱀 전문가를 고용하고, 대책 위원회를 조직하고, 대책회의 하느라고 서비스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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