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범한 삶이 행복입니다

2020-05-06 (수) 성향 스님 /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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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말 경험하지 못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건을 목격 중이다.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되며 도미노처럼 한 나라씩 차례로 봉쇄를 하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일용직 노동자에게 봉쇄령은 굶주림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 일상의 가장 큰 변화는 사람 사이‘ ‘관계'의 변화일 것이다. 그동안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움이었다면 이제 만나는 사람이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이 아주 조심스러운 행위가 되었다.

마주보고 이야기 하며 식사와 차 마시는 일상이 이제는 그렇지 못하게 되고, 각자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앞으로 국가·정치·경제·교육·문화·예술·스포츠 그리고 종교 등 모든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이 된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다.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선사가‘ 어떤 것이 깨달음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하는데 이는 ‘번뇌’ 없이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평상시 마음이 곧 도(道)이며, 깨달음이 그저 평범한 일상의 경험이다.’라는 뜻이다.


보통은 깨달음이라 하면 특별한 것, 또는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사(禪師)는 깨달음이 우리가 평범한 일상 생활하는 그 마음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에 번뇌가 없고, 일상생활 하나하나 평범한 삶이 바로 행복이라 가르치고 있다.

그 평범함의 끝에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과 연민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 수행의 궁극적인 경지와 과정에 ‘평범한 삶’을 중요시했다.
중생(衆生)은 자아가 무엇이든 소유하려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족쇄에 묶인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부의 축적과 직업적 특색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규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에 모두가 이러한 경제구도 속에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남보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 나아져야 한다는 얽매임에… 그 속에서 과연 행복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고정관념에 집착할 수록 삶의 실상을 명확히 볼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실제 삶이라고 믿는 것은 단지 여러 기억들의 모임이기에 변하는 현실을 잘 통찰하여야 한다. 집착하고 애착할 수록 고통은 더 커지게 된다. 또한 극심한 경쟁·분노·슬픔 그리고 외로움 등에 고통 받으며 마치 하늘에 구름이 보였다 사라지고, 매일 날씨가 바뀌듯 실체가 없는 허상에 속아 스스로 힘들어 하고 있다.

평범한 삶이란, 부족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절제하며 힘겹게 고통스럽게 사는 것도 아니고, 시대에 뒤떨어지게 사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각성하게 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절, 서로 잘 인내하고 견디며 언젠가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두 손 모아 빈다.

<성향 스님 /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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