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명의 원리’

2020-05-02 (토)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길이 300미터인 런던의 밀레니엄 브리지 개통 첫날은 2000년 6월 10일 토요일이었다. 개통식 광경을 구경하려고 런던 시민이 가족 단위로 몰려나와 다리 위는 인파로 가득 찼다. 이들 중에 문제를 일으키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군중이 모르는 사이에 대형 사고를 일으킬 만한 일이 발생했다.

1시 쯤 되었을 때다. 경찰관 한 사람이 다리가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약 200명의 시민이 다리 위에 있었고 작은 지진이 난 것처럼 다리는 흔들렸으나 지진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미세한 흔들림에 대하여 사람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조금씩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으려다 보니 흔들리는 리듬에 맞춰 걷는 것이 편했다.

놀랍게도 이 공명효과가 다리 흔들림을 좌우로 10센티미터도 넘게 증폭시킨 결과를 낳았다. 다행이 당국이 재빨리 통행을 금지시켜서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 중에서)


공명(共鳴)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 태풍에도 잘 견디는 튼튼한 다리가 미풍에 맥없이 무너진다. 1940년 11월 7일이다. 시속 190km의 강풍에도 까딱없이 견딜 수 있다고 자랑하던 위싱톤주 타코마 대교가 시속 70km의 약한 바람에 의해 무너진 일이 있었다. 그때 불어오던 산들바람과 다리의 고유진동주파가 일치되어 나타난 공명현상이 붕괴 원인이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느헤미야는 이방인에게 훼파된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사명은 막중했으나 앞에 놓여있는 거침돌이 너무 많았다. 그 거침돌 중 가장 힘든 것이 공동체의 연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수들의 도전과 방해였다. 이때 느헤미야가 낙심하고 좌절한 동족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공명의 힘이었다.

느헤미야는 성벽 재건 사역을 위해 각 부문별 공사 담당자 72명을 선정하고 42구역으로 나눠 할당했다. 주어진 직무가 명료하고 협력하는 손길이 밀접하게 연결되니 엄청난 공명 효과가 나타났다. 거대한 공사가 단 52일 만에 완성된 것이다. 공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협력이다. 종이 한 장도 맞들어 협력하면 가볍다. 느헤미야는 절망에 빠진 동족에게 공명의 원리를 적용하여 ‘52일의 기적’을 성취했다.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