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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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난의 이야기 ‘기생충’

2020-03-11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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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는, 부자 집에서, 민주·공산 두 가난이 함께 기생하면서 생긴 얘기를 다룬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가짜 대학증명서를 만든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거짓말한다. 자동차 안에다 여자 팬츠를 놓아서 운전사를 해고시킨다. 폐결핵이 있다고 꾸며서 가정부를 쫓아낸다. 기택 가족이 모두 부잣집에서 일한다. 기택은 운전사로, 아들 기우는 영어가정교사로, 딸 기정이는 미술치료사로, 그리고 아내 충숙이는 가정부로 일한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택 가족은 이 집에 지하방공호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또 지하에 근세가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근세는 지난 4년간 지하 방공호에서 혼자 살아오고 있다. 가정부 문광이가 없으면 그는 굶어죽는다. 그런데 문광이가 쫓겨났다.
부자 박사장 가족은 아들 생일날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캠핑하러 하룻저녁 집을 비운다. 빈 집에서 기택의 온 가족은 술을 마시면서 저녁을 즐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에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가 나타난다. 문광이는 지하로 내려가서 남편 근세를 껴안는다. 먹을 것을 준다. 새 가정부 충숙이에게 근세를 보호해달라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음식을 줘달라고 애걸한다. 충숙이는 경찰에 알리겠다고 했다.

이때 기택의 가족이 실수로 지하에 미끄러져 떨어진다. 문광이는 얼른 눈치 챈다. 기택의 가족이 이 부잣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가 가정부로서 갑작스럽게 쫓겨난 이유를 알아낸다. 문광이는 기택의 가족을 스마트폰에 찍는다. 이번에는 민주가난이 곤경에 처한다. 문광이는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한다.
기택 가족 앞에서 문광이는 북한 수령을 찬양한다. 문광·근세는 공산주의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민주가난이, 서로 살기 위해서, 협상하자고 애원한다. 그런데 공산가난은 협상을 거부한다. 타협을 못했기에, 두 가난 가족은 결국에는 다 같이 파멸 당한다. 다음날 부잣집 주인의 아들 생일잔치가 마당에서 벌어진다, 지하에 갇혀있던 근세가 칼을 들고 나온다. 살인을 한다. 기택은, 의외로, 부자집 주인남자를 칼로 찔러 죽인다.


여기서 공산주의 가난은, 일하지 않고, 지난 4년간 지하에서, 아내가 주는 밥만 먹고 살았다.

반대로, 민주국가에서의 생존권은 누가 갖고 있는가? 바로 돈이다. 돈이 사람의 생사권을 갖고 있다. 돈이 있으면 살고, 돈이 없으면 굶어죽는다. 기택의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서, 거짓을 하면서까지, 일자리를 구한다. 이게 민주가난이다.

기우는 아버지가 지하방공호(근세가 살았었던)에서 숨어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기우는 아버지에게 “돈을 벌어서 이 집을 살 테니까, 살 때까지 건강하게 계시라”고 연락해준다. 민주국가에서는 돈이 있어야 집을 산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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