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주 대법원장의 사법조직 개혁

2020-02-26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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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의 대법원장인 재닛 디피오리(Janet DiFiore)가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뉴욕주의 사법조직 개편작업에 착수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주는 재판법원, 항소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3심 구조인데 비해 뉴욕주는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13개의 각기 다른 성격의 법원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사건해당 법원을 제대로 찾아가려면 변호사들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난이도의 예를 들자면 한 용의자가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할 경우 우선 경범죄인지 중범죄인지에 따라, 또 체포된 관할지역에 따라 형사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7개의 법원 중 한 곳에 사건이 배당된다. 만약 용의자가 판사로부터 배우자 접근금지 명령이라도 받았다면 다시 주택법원(housing court)에 가서 부부 중 누가 집에서 지낼 것인지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하고 별거 중인 부부의 일방이 아이를 보고 싶으면 가정 법원(family court)에 가서 또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한다.


어렵사리 1심을 끝내고 항소법원으로 올라오면 경범죄 및 소액사건을 처리하는 어펠레트 텀(appellate term)과 중범죄와 거액사건을 처리하는 어펠레트 디비젼(appellate division)으로 나눠지는데 어펠레트 디비젼이 뉴욕 주 전체 4곳에 불과하여 항소심에서도 재판환경이 별 나아지지 않는다.

특히 제 2 항소법원의 경우 뉴욕주 인구 최대 과밀지역인 뉴욕시 퀸즈와 브루클린,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등을 관할하다보니 뉴욕 주 항소사건의 절반이상이 몰리고 있음에도 판사 정원은 뉴욕주 헌법에 따라 다른 항소법원과 같기 때문에 판결까지 기다리려면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디피오리 대법원장은 뉴욕주에 산재한 모든 재판 법원을 소액재판과 경범죄를 다루는 시법원(municipal court)과 거액사건과 중범죄를 다루는 슈프림 법원(supreme court) 단 두 개로 통합하고 업무량이 과다한 제 2 항소법원을 반으로 나눠 법원을 하나 더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이런 시도에 주지사를 비롯한 정계와 변호사협회 등에서 전폭지지를 하고 있지만 계획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법원의 설치근거가 규정되어있는 뉴욕 주의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2020년 현재의 주의회와 올 가을 선거에 의해 내년에 새로 구성되는 2021년 주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의회의 승인 후에는 또 유권자의 추인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뉴욕의 사법시스템이 100여년 동안 과거의 모습을 답습해 온 것인데 과연 디피오리 여장부의 개혁드라이브가 성공할 것인지 사뭇 기대가 크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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