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역 올림픽

2020-02-2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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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서양인들의 눈에는 중국이 신비로운 나라로만 비쳐졌다. 그 관념이 무기력하고 부패한 나라로 드러난 것은 아편전쟁 이후였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하루가 달라지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었다. 이를 본 서방에서는 중국의 위협론, 중국의 붕괴론까지 거론하면서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심화된 정치적 부패현상, 무질서한 사회적 부조리, 이해 불가할 정도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그에 따른 각종 병폐 등에 대한 우려였다. 그런 중국이 오늘날 미국과 무역전쟁까지 벌일 정도의 경제강국이 되어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기초가 든든하지 못한 강국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은 결국 지구촌까지 위협하는 지경으로 발전했다. 자국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전파의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해 온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총체적인 방역 시스템의 실패가 엄청난 인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올림픽을 앞둔 일본열도에 코로나19이 상륙, 사망자가 생기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일본은 올림픽 개최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재난이나 방역시스템에 있어 매뉴얼 사회라고 불릴 만큼 철저하고 체계적인 일본정부가 이번 초동대처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현실을 남의 불 보듯 바라보던 한국도 마찬가지.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해 지금 한국의 상황은 급속한 코로나 확산으로 온 도시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3년 전 초동대처에 실패해서 야기된 세월초 침몰사건으로 300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바다에 수장된 사건이 새삼 떠오르는 상황이다. 그 이후 온 나라가 얼마나 오랫동안 난리였던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시끄럽게 떠들었다. 심지어 대통령도 안일하게 보냈다며 탄핵까지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고 우왕좌왕 하는 분위기다. 벌써 사망자가 10명이 넘었고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는데 이런 숫자는 당분간 더욱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람이 붐비는 상가와 백화점, 학교, 교회 등은 물론, 보건소, 병원 등이 문을 잠정 폐쇄하고 거리는 텅텅 비다시피 하고 사람들은 혹시 자신도 감염될까 불안과 염려, 공포로 날을 보내고 있다. 일찍이 신속하게 중국인 입국을 봉쇄해 피해를 최소화시킨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홍콩, 북한 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코로나에 감염돼도 병상이 부족해 아우성이고 마스크를 구하려고 몇 시간이나 기다리며 영업을 못하고 아파도 쉽게 병원에 못가 마음 졸이는 시민들… 급속한 확산세를 보이는 대구 경북지역에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타지역의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달려가고 임대인이 렌트비를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등 훈훈한 소식은 들리지만 이러한 현실이 언제나 종식될지… 인재로 키운 이번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면적도 방대하고 인구밀도가 전세계 3위인 미국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사태가 시작되자 미국은 즉각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막고 자국민을 군수송기로 날라 군시설에 격리시켜 놓고 감염여부를 점검하는 철저함을 기했다. 그 결과 지금 30여 명의 확진자는 나왔지만 사망자가 없고 국민들은 안심하고 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어느 나라와 비교가 안되는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미국은 지구 위에 걸터앉은 괴수와 같다. 미국은 비즈니스와 상거래, 통신을 지배하고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군사력은 그에 필적할 나라가 없다.” 오늘날 미국이 이런 모습으로 우뚝 선 배경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난, 재해, 방역 등에 관해 완벽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美國)은 역시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다. 이번 방역 올림픽에서의 최우승국은 단연 미국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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