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대통령 탄핵 부결을 보면서…

2020-02-08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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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10년경 왕정을 폐지하고 450여 년간 로마의 정치는 공화정이었다. 로마 공화정은 권력의 분리 그리고 견제와 균형 원칙에 중점을 둔 정치 체제였다. 공화정 출범후 200년 동안 로마는 이탈리아 중부에서 지중해 전체로 영토를 넓혔다. 기원전 3세기 로마는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 그리스, 그리고 북으로는 오늘날 프랑스인 갈리아 남부까지 정복했다. 이후 200년 동안 로마는 동쪽의 상당한 지역과 갈리아까지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종신 독재관에 오르면서 사실상 막을 내리고 로마는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주의 체제로 바뀐다.

오늘날 우리들은 그저 로마가 황제국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지만, 공화제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저항했던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로마의 공화정이 오늘날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서열화된 원로원 중심의 과두 정치 체제라고 할 수 있고, 사실 평민들의 입장에서는 황제 1인 통치나 여러 명의 원로원 권력자들이 통치하는 것이나 별 다름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원로원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너서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카이사르에게 종신 독재관이라는 사실상의 황제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스템이 없는 절대권력은 공화제 보다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왕이나 절대 권력자로 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하여 철저한 권력 분립을 표방한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지 246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놓고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다. 인구 비례로 선출된 민주당 주도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판단하고, 그대로 둔다면 미국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고 탄핵을 하였다. 그러나 공화당 주도 상원에서는 대통령의 당연한 권한이라고 하면서 탄핵을 부결시켰다.

이제부터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면죄부 받았던 선으로 확장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논쟁이 있겠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의회에서 전쟁에 대한 비준을 받지 않고 테러집단이 아닌 다른 나라의 주요 정부 인사를 군사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의회에서 출석 요구를 하는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출석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막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아울러 다른 나라 정부에 자국의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를 하게 압력을 넣을 수도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의회를 무시하고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든 일들을 집행하려고 할 것이다. 상원이든 하원이든 하나만 장악하고 있으면 앞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개척한 것이다.

사실 독재적 권력남용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상이 너무 분열이 되고 대중의 민심에 눈치보는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기는 하지만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독재자들은 반대 입장의 국민들의 저항을 받아도 빠르게 국가 정책의 결정을 내린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삶이 고달픈 사람들이 오히려 뭔가를 하는 화끈한 독재자를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의 흐름 속에서 오늘날 서로 다름의 차이를 가지고 소수계에 대한 탄압을 노골적으로 선동 하고 있는 극우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적 인기를 얻고 독재를 미화 시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민권의 후퇴를 야기한다. 그리고 민권 후퇴의 희생자들은 늘 소수계였다. 이럴 때일 수록 우리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를 통하여 정치적인 힘을 더욱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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