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아, 노던 블러바드 차이나타운

2020-02-01 (토) 곽상희/ 영국국제인명사전 등제 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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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플러싱 전체를 몇 년 새 차이나타운으로 만들어버린 중국인들은 한국상가가 즐비한 노던블러바드 가까이에 유대인 대지를 사버렸다. 너무나 감감하여 차라리 어리벙벙하다. 또 당했구나, 아니 자꾸 당하고 있구나, 어찌할 것인가? 바다건너 사랑하는 조국도 그들은 가만 두지 않고 있는데. 끈질기고 집착이 무서운 그들의 대륙성 기질, 그들에겐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도 과장도 관계치 않다.

남의 역사를 바꾸고 지리도 무지스럽게 다시 손을 댄다. 우리의 자랑 백두산 영지를 빼앗고, 삼천리 이북 국경을 넘보고 있다. 우리는 그 결말을 염려와 우려 가운데 속수무책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우리는 우리 후세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조상에게서 유산으로 받을 것은 무엇일까, 이기심의 근시안 형제이웃싸움, 그리고 자괴심과 소심성, 꿈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불감증일까, 걷지 않고 달리지 않는 자가 느끼는 상실감일까? 우리는 소수민족으로 주저앉아도 되는가.


지금 보라! 저 숱한 1.5세, 2. 3세의 성취를. 우리는 그들을 보며 긍지와 자랑으로 뿌듯하다. 이곳에 사는 우리의 길은 넓다. 그러니 어찌 이것으로만 끝날 것인가? 우리는 멀리 보아야하고 또 더 넓게 확대되어야한다. 근시안에서 망원경을 들고 원시안으로 멀리 좀 더 멀리 바라보자.

지금의 끝을, 끝에 서있는 우리 이민역사 우리 이민문화의 꽃을, 숲을. 물론 우리는 그들보다 늦게 왔다. 그러나 우리는 플러싱을 개발했고 그리고 그들의 연합담력에 속수무책으로 노던으로 자리를 비켰다. 그래도 우리들이 넘실거리는 노던 거리는 우리 문화로 아름답다.

우리가 즐기던 종로의 옛도자기, 시골 초가집, 장독대 등 옛 문화가 소담스레 정겨운 풍경으로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고 난과 사철나무가 줄선 창가에서 추억의 단팥죽을 즐길 수도 있다. 지금 더 늦기 전에 노던 둘레에 경계선을 치고 망을 보자. 도적을 지키자. 웃기지 말아라고? 속수무책이라고? 내 집만 챙기면 된다고?

아아, 그러지 말자. 나는 40년 전에 그것을 못했다. 돋보기 큰 망원경을 가지고 가깝고 먼 내일을 바라보자. 우린 어떤 문화를 어떤 문화의 그릇을 우리 후손들에게 남길 것인가. 그들을 부끄럽게 할 것인가, 너무 힘들게 할 것인가. 곰곰히 어깨 모으고 의논하자, 그리고 함께 일심으로 터를 잡고 서까래를 세우자. 때가 너무 늦기 전에, 늦기 전에…

가난한 시인이 북을 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시인은 가슴이 아파 졸시 하나 나누고 싶다. 투박한 콜록거리는 시 하나, 부끄럼 무릅쓰고, 그 밤의 어린 드럼보이처럼.
둥, 둥, 큰일이 났네요... 이상하고 흉한 사건이 터졌어요/
더러운 황금 거미 한 마리 노던 불러바드를 껑충 껑충 들바람 내고 있어요‘/.
개미떼들 몰려 와 독거미줄을 쳤어요. 순진한 코리아타운 거리가 당하고 말았어요/
여섯 발 거미는 무자비하게 백합화 밭을 짓밟고 있어요 뿌리까지 뽑으려하는데 본처에서도/
아, 무서운 독기를 내뿜으며 통째로 삼키려하는데 가야금의 화음이 들리지 않네요/
대금으로 대포를 만들려 하나요?/ 탐욕의 폭포수 앞에/ 가야금 나비는 허리가 젖어도/
청포도 넝쿨 밭인가 하여 춤을 나풀 나풀 추네요/
시인은 가엾이 지게 굳게/ 시를 쓰고/ 큰일났어요 청포도 밭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불은 꿈결같이 캘리포니아 산불처럼 무섭게/
쇠불 같은 회오리를 치고 / 온바다의 바람처럼 물살을 치고/
그러나 나비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또 한 번 더 하늘을 올려다본 나비는/
소금 바닷물에 젖은 나래를 펄럭, 솟아오르다/
여울턱 곳곳이 문을 열고 기적의 하이웨이를 훨 훨 질주하네요 /
신앙과 전설의 나라 장갑차로 거듭난 나비떼들… (2019년 12월에)

<곽상희/ 영국국제인명사전 등제 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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