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괴질과의 전쟁

2020-01-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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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대는 빅토리아 여왕시대로 영국 최고의 전성기였다. 이때 한여름인 8월31일 작은 도시 소호에서 수백명이 기이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가 616명에 달했으나 원인을 규명 못해 모두 우왕좌왕 아우성이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정확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염병의 이름은 당시 오염된 우물의 물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른바 ‘콜레라’였다. 이로 인해 그 당시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는 그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이후 러시아에서도 1847년대 원인불명의 괴질로 약 100만 명, 인도에서도 1900년대 약 800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이런 괴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는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각 나라로 여행이나 비즈니스, 선교, 봉사 등으로 출국하는 해외여행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도처에서 시작된 기이한 전염병들로 인류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된 전염병 ‘사스’가 인근 동남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퍼져나가면서 8,000여 명의 감염자와 75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013년부터 3년간 지속된 전염병 ‘에볼라’도 당시 1만3,0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2012년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산발적으로 이어진 신종 바이러스 ‘메르스’도 잠잠해질 때까지 거의 1,500명에 달하는 인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항상 그 감염여부나 감염경로를 알지 못해 온 세계가 속수무책 상태였다. 잊을만 하면 찾아드는 이 괴질은 발생때마다 인류에게 두려움과 위기감을 증폭시켜 지구촌을 혼란과 공포로 몰아간다.


이런 사태가 또 최근 중국 우환시를 중심으로 폐렴증세를 보이는 원인불명의 전염병(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 발생, 지구촌에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괴질이 근원지인 우환시는 물론, 중국전역, 급기야 세계 각국으로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발생당시 중국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근원지인 중국에서 이미 확진자가 3,000명을 육박하고 있고, 최대 설 명절인 춘절에 500만 명이 중국을 빠져나가면서 세계도처로 이 전염병의 확산이 급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중국은 뒤늦게 우환시를 봉쇄하고 중국전역에 외출을 삼가하도록 난리법석을 떨고 있으나 이미 미국 입국자 5명이 벌써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수십명의 의심환자가 생겼다. 한국도 4명의 확진환자에다 의심환자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나라마다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검진, 방역작업이 필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증시가 폭락하고 해외 출국자들의 수도 줄어들면서 해외여행 및 관광산업이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일 것이다. 더 염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 발생후 예방 및 대처에 관한 정보가 쏟아지고 각종 유언비어도 난무, 사람들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점이다.

이제는 세상이 하나로 연결돼 좋은 점도 많지만 인류가 많아지면서 문제도 많이 생겨 이제는 정말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시 먼 옛날 원시인들이 살던 것처럼 나라별로, 도시별로 조용하고 안전하게 욕심없이 사는 시절로 되돌아가야 하나?

인류를 괴롭히는 괴질이 나타날 때마다 병원균에 관한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96세까지 연구를 거듭했던 히포크라테스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 노벨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의사 로베르토 코흐같은 의학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번 괴질과의 전쟁이 언제나 끝이 날까.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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