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 연가

2020-01-09 (목) 07:47:13 최연홍 / 시인, 버지니아
크게 작게
첫눈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들
온 몸으로 첫눈을 맞으며
바닷가로 걸어가
망망한 바다를 따뜻하게 해주는
눈송이들의 춤을 바라보다가
온천장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고
창 밖의 부유한 눈을 바라보는
눈, 그윽한 눈 빛
아름다워라

엄동설한이 와도
우리들의 온돌 방에
황진이의 이불을 펴고
동짓달 긴긴 밤이
오히려 짧은 밤,
말 없이 밤을 지새워도
행복한 연인들
눈, 그윽한 눈 빛
아름다워라

견우직녀보다
더 그리운 겨울 연인들
겨울잠 속에 빠져서
가장 빛나는 별을 찾아가다
봄날을 꿈꾸는 연인들
어느새 매화가 눈 속에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들판에 초록 기운을
느끼게 하는 체온
포근하여라

아, 아름다워라

<최연홍 / 시인, 버지니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