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도 여성 대통령 나올 때다

2019-11-2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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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4년 아르헨티나에서는 대통령 후안 페론이 악화된 병세로 그의 부인 이사벨 페론이 그의 궐위를 승계하면서 세계 최초의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그는 국정경험이 없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파탄시키고 잇단 폭동을 유발시켜 무정부 상태가 되면서 결국 실각돼 스페인으로 망명, 명예롭지 못하게 마감했다.

현대사에서 그의 첫 여성 대통령의 등극은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국가원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이제는 벌써 20여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배출되기까지 했다. 이들 대부분이 온유함과 성실함 등 여성이 지닌 특유의 강점을 살려 나라를 크게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지도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인 앙켈라 메르켈을 들 수 있다. 그는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불릴 만큼 통일 독일의 화합을 꾀하고 독일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또 남미 최대국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포브스가 선정한 지도자 100인중에 포함돼 있다. 브랙시트 협상을 이끈 데레사 메일 영국 수상이나 라이베리아,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의 첫 여성대통령도 모두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한 여성들이다. 물론 한국도 들어 있다. 박근혜 비록 탄핵의 길을 걸었지만 한국 땅에 여성도 지도자로 진출 할 수 있다는 길을 터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전에는 국가의 지도자라면 으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 여성들은 거의 꿈을 꿀 수 없었다. 이제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들도 얼마든지 능력만 있으면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을 꿈꿨다. 그러나 결국 실패하면서 아직도 가장 선진국이고 여성을 우대한다는 미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대통령이 배출되지 못했다.


오는 대선을 앞두고 현재 공화당 출신의 도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목표로 맹렬히 뛰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탄핵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어 쉽게 고지를 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바람을 타고 민주당에서는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 바이든(전 부통령) 등 약 20명의 후보가 나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전 뉴욕시장)까지 도전장을 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들 중 한 여성 정치인이 바람을 몰고 있어 여성 대통령 배출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그는 현재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메사추세츠주 연방상원의원)이다. 워런은 현재 백악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여성으로 진보주의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엘리트 백인여성인 힐러리와 달리 서민적인데다 그가 내건 정책이 공립대 무상등록금 도입, 학자금대출 탕감, 초부유세 도입, 거대 테크 기업 해체, 전국민 건강보험 등이라는 점에서 여성들과 서민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꼭 그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싶다.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미국의 혼란을 잠재우고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면모 회복과 미래를 위한 전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워런은 현재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피티 부티지니 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 시장과 오차범위내 접전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고지를 넘어 워런이 정말 민주당 최종 경선주자가 된다면 막말 선동의 트럼프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미국인의 과반수이상이 트럼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워런이 꼭 트럼프의 대항마가 되어 당당히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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