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동란 때 맥아더 원수의 만주폭격 주장을 거절하고 그를 해임한 당시 미 대통령 트루먼은 각자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소신 있게 군인으로서, 정치인으로 행동한 대표적 예일 것이다.
근자 신문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주한미군 유지비 인상문제와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지소미아) 문제로 미 대통령을 위시해 국방 수뇌부의 공공연한 고압적 행태는 주권국으로서 상대방 국가를 여지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인 대통령은 그런다 치더라도 군인도 국가공무원일진데 자신들의 영역인 군사관계를 벗어나 타국에 내정간섭 하는 식으로 고압적으로 재정문제에 왈가왈부함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태도라고 여겨진다. 인상 항목별을 대강 훑어보니 어처구니없는 조항들이 너무도 많음을 알겠다. 이러한 협상은 각국의 재정편성 예산 전문가들 간 토론과 협상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합의 도출해야할 사항이다. 마치 공무원이기도 한 군인들이 봉급 인상을 작당하여 데모하는 형식으로 요구하는 것 같아 실소를 넘어 너무 화가 난다.
재정문제를 떠나 또 하나는 합참의장이라는 사람 말이 “미국민들이 왜 미군이,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해야하는 지를 모른다”고 하니 그런 이해 설득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설명해야할 몫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것을 빌미로 어처구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려든다는 말인가?
이러한 민감한 사항들은 비공개 원칙(필요하다면 공개도 수용가능)이며, 실리와 체면 모두들 아울러야 할 것이다. 더욱이 동맹이라는 어휘아래 균열음이 난다면 소위 상대방 반대위치의 국가들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면, 동맹의 굳건한 결속을 위해서도 약한 동맹국의 입장도 배려해야하지 않을까?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비합리적이고 무례한 고압적 태도는 무인이어서라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아래에 언급할 미 해병대사령관과는 너무도 다른 인간상이라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동부에 살 때 이웃에 사는 해병대 사령관의 소박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여기 소개하고자한다.
귀신 잡는 해병의 최고 사령관이지만 휴일에는 집 안팎을 돌보며 벗겨진 집 벽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잔디를 손수 깎는 모습이 그렇게도 대단해 보일 수가 없어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뇌리에 깊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이런 분은 군인으로서도 철저한 무인이겠지만 가장으로서도 모범적인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너무도 잘 아는 분일 것이리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분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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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