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재선 가능할까?

2019-11-1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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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기 아들을 대신해서 섭정의 대권을 이어받은 흥선 대원군은 취임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 크게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외부로는 다른 나라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철저한 쇄국정책으로 천주교도들을 탄압해 큰 혼란과 어려움을 자초하였다. 천주교 박해령을 내려 6년간 신자들을 대거 학살, 프랑스의 보복으로 병인양요를 유발시켰고 미국의 통상요구를 거절, 미국과의 충돌을 빚기도 했다.

어느 모로 보나, 현재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수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식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든다. 조선은 한 조그마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미국같은 나라는 세계 으뜸가는 나라로서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다스리고 보듬어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점에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미국은 지금 점점 더 국제무대에서 발을 빼고 있어 걱정스럽다. 그 바람에 보이지 않는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보란 듯이 적극 나서 메우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5일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특별히 우호를 다지는 가하면, 이튿날도 함께 미국이 탈퇴한 기후변화협약의 불가역성을 확인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어떤 세력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 그에 맞서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힘을 모으고 연합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자를 찾는 활동이 벌어진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점점 급부상, 새로운 적으로 간주한다. 미국파워에 대한 도전은 한밤중에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다. 즉 홀로 나아가려는 욕심이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약화시키게 될지도 모른다.” 외교전문가 조지프 나이의 진단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미국의 강한 파워에 자신감이 넘쳐 있는지, 다른 나라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미국을 그 어느 나라도 깰 수 없는 무적의 국가로 여기고 있는 태도다. 불행히도 이런 미국의 오만함을 일깨운 사건이 있다. 바로 3,000여명을 앗아간 2001년도의 9.11테러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트럼프는 지구촌의 공동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맺은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거나 정상간 만남의 자리에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하는 등 미국의 이익만을 좇으려 하고 있다. 트럼트는 행정부 출범이후 줄곧 미국우선주의 외교노선을 표방하며 반이민 정책 등을 실시, 국내 많은 이민자들과 이민을 희망하는 전세계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또 한 차례의 집권을 노리고 있는데 그 길이 과연 순탄할지 의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쇠락한 공업지역과 저학력 백인층, 그리고 무당파들의 이탈조짐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 대선때 트럼프는 이들에게 가중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절묘하게 이용, 막말과 폭언, 성차별, 이민자 혐오 등 막가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인과 차별된 선거전략으로 당당히 공화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던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미시건, 위스콘신 등에서 2만5,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이 지역 백인들이 하나 둘씩 그를 떠나고 있다. 더욱 그를 옥죄고 있는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스캔들‘ 혐의여부로 강하게 휘몰아치는 그에 대한 탄핵 바람이다. 그가 외국정부를 상대로 헌터 바이든 전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원조를 제공하려고 했던 것은 어김없이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민주당으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 안개속에 지지부진한 민주당의 분위기를 누르고 또 재선의 고지를 탈환할 수 있을까. 세계를 무시하고 미국만 아는 신고립주의, 이민자들을 외면하는 반이민정책으로는 곤란하다. 민주당에 존 F. 케네디나 버락 오바마 같은 상대가 없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시기상조다. 지지자들이 언제까지 그의 곁에 머물러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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