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쩌다 국회가 이 지경까지

2019-11-12 (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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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2019/11/1)에서 국가안보실장이 “이 정부 들어 안보가 더 튼튼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튼튼해졌습니다.”란 말을 듣고서, 야당원내대표가 “전문가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보가 더 튼튼해졌다고요? 우기시지 말고요!” 하고 따졌다. 이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청와대 정무수석이 벌떡 일어났다. “우기다가 뭐예요. 우기다가 뭐냐고. 똑바로 하세요.”라고 야당대표에게 삿대질을 해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청와대가 국회를 얼마나 얕잡아보았으면 정무수석이, 국정감사에서, 야당원내대표에게 고함을 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 후 청와대에서는 이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 한 마디도 없었다.

야당에서 정무수석을 해임시키라고 해도 정무수석을 해고시키지도 않았다. 어쩌다가 국회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한국은 민주국가인가?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은 국민이 주인노릇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한국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가?
나라의 법을 누가 만드는가? 물론 국회에서 만든다. 그런데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 국민의 의견을 듣고서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 법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국회의원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무언가? ‘공천 받는 일’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당수의 말에 거의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있다. 한국에는 300명의 의원 중에 비례대표의원들이 거의 50명이나 있다. 당수들이 뽑기 때문에, 이분들은 당수의 말을 따른다. 국민의 권익보다는, 대통령이나 당수들의 말을 듣고서 법을 만들기에,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국은 대통령이나 당수들이 국가를 운영해가고 있으니까, 한국은 과두(寡頭) 정치(Oligarchy) 국가인 것이다.

이충상 교수는, “영장전담판사 시절 당시에 롯데 샤핑 뇌물 사건에서 영장을 기각해달라는 청와대 외압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국가에서는 삼권이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헌데 지금 청와대의 힘은 막강하다. 청와대는 판사에게까지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청와대 앞에서는 거의 무력해 보인다.

한국도 민주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일 먼저 없애야 한다. 모든 국회의원은 당에서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당에서 공천을 받기에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이나 당수에게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처럼, 일차투표를 통해서 모든 국회의원 출마자는 지역민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 2차 투표를 통해서 지역민에 의해 당선되어야 한다. 지역민에 의해 뽑힌다면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의견을 듣고서,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 법을 제정할 것이다.

결코 당수나 대통령의 이익을 위해서 법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여당의원들도, 청와대에서 못된 짓을 행하고 있다고 판단할 때는 당수나 대통령에게 꼿꼿하게 반항하고 대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인 것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면, 국회가 대통령하고 청와대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이다. 국회의 힘이 강해지면, 청와대의 정무수석이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에게 고함을 치면서 달려들 수가 있겠는가?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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