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원한 프리마돈나와 유망주 소프라노 감동의 무대 선사

2019-10-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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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 오페라 2019~20 시즌작 글룩의‘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 홍혜경, 여주인공 에우리디체· 박혜상, 사랑의 여신 아모르역

영원한 프리마돈나와 유망주 소프라노 감동의 무대 선사

20일부터 메트 오페라가 공연하는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사진=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여주인공 에우리디체로 노래하는 프리마돈나 홍혜경

영원한 프리마돈나와 유망주 소프라노 감동의 무대 선사


올해로 메트 오페라 데뷔 35년을 맞이한 소프라노 홍혜경은 여전히 여주인공으로 메트 오페페라 무대에서 건재함을 보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느끼게 해준다. 홍혜경하면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여주인공 미미가 떠오를 만큼 그가 미미로 나오는 라보엠은 메트 오페라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즌에도 라보엠의 미미로 캐스팅돼 공연한다.


82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우승, 84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자비’중 세르빌리아역으로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다. 이후 라보엠의 미미를 비롯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비운의 노예 ’리우‘,’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등 수 많은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으로 무대를 빛냈다.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다, 2011년 메트 오페라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중년의 나이에 16세 줄리엣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극찬을 받았던 홍혜경은 평생을 목소리 관리에 신경을 써왔다, 그는 “반짝하다 금방 사라져 버리는 메트 성악가들을 지켜보며 목소리 관리를 결심했다”며 “자신에게 맡는 배역 선정 등 끊임없는 관리가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수 많은 주인공을 맡았지만 이번 시즌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에우리디체 역을 맡게 된 그는 슬프고 애잔한 목소리로 작품의 무게를 잡아줄 예정이다.
“특히 후배 박혜상과 함께 공연하게 돼 기쁘다”는 그는 “실력있는 한인 성악가들이 메트 오페라에 하나 둘씩 데뷔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고 뿌듯할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이 데뷔할 당시만 해도 메트에 아시안 주역 성악가들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이제는 함께 공연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을 비롯 베이스 연광철, 테너 이용훈, 소프라노 캐슬린 김, 박소영 등 실력있는 한인 성악가들이 메트 무대를 지키고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3년간 연세대학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후 지금은 공연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는 요즘 공연이 없을 때는 화초를 가꾸는 등 바빠서 하지 못했던 집안일을 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고. ‘남은 인생 메트 오페라가 불러줄 때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겠다’는 그는 “메트 오페라는 친정과 같은 곳“이라며 평생을 메트의 프리마돈나로서 살아온 인생에 자부심을 피력했다. 37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이며 2016년에는 당시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단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이어 90분간 진행되는 3막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대해 그는 가족이 볼 수 있는 오페라로 가족단위 한인 관객들의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사랑의 여신 아모르역의 소프라노 박혜상

메트 오페라의 촉망받는 영 아티스트 출신인 소프라노 박혜상은 2017년 드로브작의 3막 오페라 ‘루살카’의 요정역으로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주역으로 발돋움,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토스카’, ‘돈 조바니’ 등 다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는 등 활발히 활동해왔다.

메트 데뷔 후 박씨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딸 바바리나 역을, ‘헨젤과 그레텔’에서 이슬요정 역 등을 맡았다.

최근에는 쾰른 오페라의 ‘라보엠’중 무제타, 바바리안 스테이트 오페라의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중 데스피나, 글라이드본 페스티발에서는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로시나로 활약하며 정상을 향해 발돋움 하고 있다.

대선배인 홍혜경과 함께 하는 이번 작품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대해 ‘너무 영광이다. 처음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믿겨지지 않았다“며 ”5년전 메트에서 본 라보엠 공연에서 미미로 노래하는 홍혜경 선배님을 보면서 받았던 감명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백스테이지에서 홍혜경에 인사를 나누었던 신인 성악가는 이후 3년전인 2016년 홍혜경이 아시안예술연맹 주최 연례만찬에서 공로상을 수상할 당시 35년간의 소프라노 인생을 기리는 헌정공연에서 노래했던 인연이 있다.

이제 홍혜경의 뒤를 이어 메트의 프리마돈나로 가는 여정에 있는 그는 유럽 오페라 무대에는 이번 시즌 여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독일 베를린 3대 오페라극장 중 한 곳인 ‘코미셰 오퍼 베를린’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역을 맡게 됐고 뮌헨 바바리안 스테이트 오페라에서 행위예술가 마리아 아브라모비와 협업하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로 노래한다.

그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당분간은 유럽에서 활동하게 된다”며 “다음시즌에는 여주인공으로 뉴욕 관객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일시=20일 오후 3시, 24일 오후 8시, 29일 오후 8시, 11월1일 오후 8시, 11월4일 오후 8시 11월7일 오후 8시, 11월10일 오후 3시.
■장소=Metropolitan Opera House, 30 Lincoln Center Plaza, New York,
■웹사이트=www.metopera.org
jhkim@koreatimes.com


■오페라 스토리
그리스 신화 바탕 사랑의 힘 노래
마크 모리스 무용단 출연 춤의 향연

영원한 프리마돈나와 유망주 소프라노 감동의 무대 선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글룩이 죽음도 둘 사이를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의 힘을 노래하는 오페라다. 아내를 잃은 남편 오르페오의 비통함에 감동된 사랑의 여신 아모르의 도움으로 오르페오가 지옥의 문을 통과해 죽은 아내를 지상으로 데려 나오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상으로 올 때까지 아내의 얼굴을 돌아보지 않기로 한 아모르와의 약속에도 불구,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오의 변심을 의심하는 아내의 애원에 참을 수 없어 돌아보다 아내는 곧 죽어버린다. 이에 비통한 오르페오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를 가엾게 여긴 아모르가 아내를 소생하게 한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다. 원래의 그리스 신화에서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이 오페라는 사랑의 승리로 결말을 맺는다. 또한 ‘정녕들의 춤’ 등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 마크 모리스 무용단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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