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엘리트들이 애국하기 위한 조건

2019-09-21 (토) 김재열/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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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수를 누리며 한국의 지성과 양심의 스승으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김형석 명예교수의 우국지심을 함께 읽고 싶어 옮겨 적어본다. 나라와 민족을 그리고 자신을 진실하게 바로 세우기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잘 박힌 못과 같기를 소망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마지막 부분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맏아들이 법정에서 호소 하는 고백이다. “나는 검사가 지적한 대로 부족하고 죄 많은 과거를 살았습니다. 어떤 처벌을 받아도 감수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만은 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여러분이나 판사가 내가 내 아버지를 죽였다는 판결을 내린다면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절망입니다” 라는... 절규이다.

신앙적 고백이 아니라도 좋다. 진실이 사라지고 거짓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가? 이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고 양심의 문제이다. 양심의 존재가치를 거부하는 일이다. 양심은 선한 삶을 위해 있다. 선한 삶은 인간 모두가 찾아 지켜야 하는 정신적 규범이다. 그 엄연한 사실을 스스로 포기 한다면 우리는 금수보다도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어리석음과 사회악을 택하는 결과가 된다.


진실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거짓이 될 수는 없다. 그 진실을 찾아 살아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우리 각자가 정직한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사회적 가치인 진실을 위해서 이다. 정직은 인간다움의 기본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아 진실을 찾고 그 진실에 입각해서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사회과학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진실을 허위로 조작하는 일이며, 때로는 허위를 진실로 둔갑 시키는 사회악을 저지르는 사태들이 자행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회악을 저지르는 지도층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치계는 더욱 그렇다. 교수로 있을 때는 반대하던 정책을 정치계에 몸담게 되면서는 긍정적으로 주장하는 지성인이 있다. 여당 때는 찬동하던 국회의원이 야당이 되면 악으로 규정한다. 이런 불행과 과오를 바로잡아야 할 언론마저도 진실을 외면하고 허위로 조작하기도 한다.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그런 경우에는 누가 그 평가와 심판을 내려야 하겠는가? 시청자와 독자들이 정직과 진실을 위해 선택하는 권리와 의무가 있을 뿐이다. 정직과 진실이 애국의 길이기 때문이다.

노교수의 우국지심이 한민족 모두에게 새겨졌으면 좋겠다.

<김재열/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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