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을만하네

2019-09-18 (수) 07:44:59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크게 작게
일요일 아침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며,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다. 남자분들은 남자들끼리, 부인들은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며 즐긴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먹고 있는 음식이 맛있고, 누가 준비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음식을 준비해 오기 때문이다. 부인들에게 있어, 식사 준비야말로 일상의 일이지만 큰 일중의 큰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가족들을 위한 식사도 매일 같은 반찬을 할 수도 없으니, 많고 많은 반찬 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는 매일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건강에 다양하게 먹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퓨전(fusion) 음식이 개발되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이민 온 우리들은 한국 음식과 미국 음식으로 가짓수가 더욱 다양하다.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사니 식재료도 가지가지이다.

화제는 또 남편들의 식성으로 옮겨간다. 한 부인이 남편의 까다로운 입맛과 편식하는 습관을 얘기한 후 남편의 식성에 대한 불만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예쁨 받을까봐 그러나봐!“ 모두들 깔깔거리며 웃고 난 다음, 다른 부인이 자기 남편의 말 버릇을 얘기한다. “오래간 만에 맛있네!”라고 말하는데, 맛있으면 언제나 ‘오래간만에’를 붙이는데, 그 말 안 붙이면 어디가 덧나냐고… 그럼 평상시에는 맛이 없다는 말이 졸지에 돼버리지 않느냐고, 쏘아부친다고 한다. 곧바로 또 다른 부인이 얘기한다. “먹을만하네”라고 말하는데, 맛있으면 맛있는거지 “먹을만하네”는 무어냐고… 그 말 뜻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수준이라고 하는 것도 같고, 먹을 수준은 간신히 된다는 것도 같은 애매한 말이다. 그래도 세 사람 말 중에서는 그 중 낫다. 모두들 남편들의 표현 양식에 불만이 쌓여있었던 것이 튀어 나온 것이다.


부부 사이에 서로 칭찬을 하며 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이왕이면 감사를 표현하면 훨씬 분위기가 화기애애 할텐데… 연애를 할 때는 듣기 좋게 말했으련만, 점점 말을 신경 쓰지 않고 한다.
서로가 자신의 힘든 점만 생각하지 상대방의 힘든 점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돈을 버는 일은 큰 일로 치부하나, 집안일은 노고를 간과하기가 쉽다. 심지어 미국에서 맞벌이 부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들이여! 본인이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제발 부인의 노고를 칭찬해 주고, 아니면 ‘잘 먹었다’라는 치하라도 해주면 어떨는지요? 그러면 부인들은 좀 더 행복해지고 남편들은 더욱 사랑을 받을 텐데요.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