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남의 신비

2019-09-05 (목) 김해종/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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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지난 8월 4일은 '우정의 날 (Friendship Day)' 이었다. 인생길에서,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 친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친구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만남의 신비를 생각 하게 된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도 부모의 만남에서 비롯되듯 인생의 많은 관계가 우연의 만남에서 이루어 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삶에서 행복, “잘 사는 것”, 삶의 질도 만남에 많이 달려있다. 부모를 잘 만나고, 나라를 잘 만나고, 지도자 (대통령)를 잘 만나고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다.

만남의 신비. 신비란 말에는 자기의 힘 밖에서 작용하는 우연 속에 담긴 비밀인데, 그것은 하나님 (神) 만이 아시는 비밀이라는 말이다. 그 말에는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는 말도 된다. 우리의 친구들: 이웃 친구, 학교 친구- 동창, 교회 친구-교우 그리고 직장 친구 등이 다 만남에서 이루어 진다.


노동절에 직장 친구를 생각 하게 된다. 직장은 다만 생계를 위한 돈 버는 수단 뿐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나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학교. 한국 문화에서는 학교에서 만난 친구, 동창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본다.
친구란 단어에 '예구(舊)' 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오래된 친구의 소중함을 일러 준다. 나의 오랜 친구 중에 지금도 자주 만나는 중학교 동창들이 있다. 서울 K-중학교의 70년 된 친구다. 얼마 전에 그가 중학교 일학년 일반 전체 사진, 흑백 사진으로 얼굴들이 너무 작아 돋보기로 봐야 알아볼 수 있는 70년 된 사진을 가지고 와 같이 보며 즐긴 일이 있다.

앞줄 가운데 앉으신 담임 선생님. 그는 내 '작문' 숙제를 칭찬해주셔, 나로 하여금 글 쓰는 것을 즐기게 하여 주신 분이었다. 내 옆에는, 내 짝 (당시 지정해준 책상에서 옆에 앉은 친구) 으로, 나는 18번 그는 17번이었던 친구도 찾았다. 그는 부잣집 아들로 자전거를 가지고 학교에 다녀 퍽 부러워 했는데, 하루는 나에게 자전거를 빌려 줘서 고마워 하던 생각을 잊지 못한다. 사진 속에 대부분의 친구들은 연락이 끊어 졌고 그 중에는 6.25 전쟁 때 실종 내지는 사망한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미국 까지 와서도 아직도 만날 수 있는 중학교 동기동창 두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귀한가?

늙으면서 많은 친구를 잃는다. 그러나 부부가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그렇다. 우리 나라를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서 구해준 친구. 미국 이야 말로 좋은 친구 나라다. 성경에도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그 보다 더 큰 사랑 (우정)이 없다” 고 하지 않았는가? 친구 사이는 배신과 배반은 없어야 한다.

<김해종/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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