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개혁가

2019-08-2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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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요즘 안팎으로 매우 어지럽고 시끄럽다. 외부로는 위에서 북한이 수시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아래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유례없는 경제전쟁을 시작, 국내에서 반일운동,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급기야는 한일간 군사정보 교환의 지소미아 협정까지 파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조국 청와대 정무수석의 법무부 장관 인준을 앞두고 온 나라가 연일 들끓고 있다. 그의 비리가 경악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원칙과 공정사회, 정의를 역설하면서 대한민국의 법치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이어서 더욱 충격이 크다. 그의 비리에는 자녀와 부모, 형제 등 온 가족이 연루돼 있어 한마디로 가족형 비리 종합세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현재 드러난 바에 따르면 그는 사모펀드에 투자하여 가족재산을 형성했고 동생의 위장이혼을 통해 기술보증기금 40억을 사취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빌린 12억을 단 6원만 갚고 모든 빚을 탕감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가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딸 조민의 상상 못할 정도의 부정특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이유이다.


조 수석은 늘 교육의 평등을 외치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딸은 국외자 전형으로 외고에 입학했고 고교 2년때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어 의학전문대에 필기시험 하나 없이 자유로이 입학했다. 그의 딸은 또 번번히 낙제를 했음에도 장학금을 총 6차례나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그는 현재 재직하던 서울대에서 ‘2019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올라 있다.

정의와 개혁의 기수처럼 행동했던 사람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 상상을 불허할 만큼 제 배불리기에 열심이었다는 사실은 죽어라 고생하며 애쓰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진정한 개혁’은 우리의 선조들의 행적처럼, 자신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오로지 사회와 시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할 때 칭하는 단어이다. 어지럽던 조선말기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 서재필 같은 인물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생애를 바쳤던 이승만 대통령, 민족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앞장섰던 안창호 같은 인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호의호식하고 잘 살 수 있던 상류계급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개혁을 목표로 자신의 영달을 꾀하거나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김옥균은 당시 조선이 청나라에 의존하려는 척족중심의 수구당을 몰아내고 개화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정변을 일으켰다. 아쉽게도 3일 만에 실패로 끝나 결국 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서재필도 이 정변에 참여했다가 피신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독립신문 제작, 독립협회 등을 조직하여 한국의 어두운 정세에 횃불이 되고자 혼신을 다했다.
이승만도 비록 말년에는 부정선거로 하야했지만 그가 남긴 개혁의 발자취만은 재조명돼야 할 업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개화운동의 선봉자로 문명퇴치에 앞장섰으며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바쳤다. 안창호도 미개했던 한민족을 깨우치기 위해 쉬지 않고 앞장섰다. ‘개혁’이 무엇인가 보여준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이다.

조국은 현재 드러나는 모든 비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법무장관이 되어 검찰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청사진까지 밝히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에 절망하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그의 법무장관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도 청문회도 전에 전격 그의 가택을 압수수색하고 나섰다. 조 수석은 더 이상 지체 말고 빠른 사퇴로 선조들이 몸 바쳐 행한 개혁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요, 정치가는 국민의 종복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권리를 어느 누가 빼앗으려 하거든 목숨 바쳐 싸우라.”했던 안창호선생의 말이 유독 생각나는 요즘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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