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회색에 가깝다. 흑백이다, 선악이다, 선민이다 이방인이다, 남성이다 여성이다, 천국이다 지옥이다, 영혼이다 육체다 하는 자타(自他) 타령의 이분법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금기와 타부가 강요되고 상상을 초월할 만큼 끔찍한 처벌이 가해져 왔는가. 지금도 음으로 양으로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서양 기독교의 원죄사상을 비롯해 남성위주의 정조대, 마녀사냥, 그리고 동양의 원조 꼰대 사상인 효도의 치사랑, 삼강오륜, 남녀칠세부동석, 궁형 등 인간에게 오만 가지 만행이 자행되어오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진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중자애(自重自愛)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과 마음이 같은 하나인지 다른 둘인지는 미지수로 제쳐 놓고라도, 우선 제 몸부터 존중하고 사랑해야 된다.
우리 몸은 살아 숨 쉬며 가슴 뛰는 동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식욕과 성욕을 느끼게 마련이다. 육식을 하든 채식을 하든, 먹는다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성욕도 마찬가지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형편에 따라서는 인조 모조품을 통해서라도 성욕은 채워져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미투 운동'을 잠재우고 각종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신체를 본떠 만든 성기구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이 문제를 두고 한국에서 뜨거운 논란이 불거졌다고 하는데,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평지풍파인가. 이런 것을 영국인들은 '찻잔 속의 폭풍(Storm in a Teacup)'이라 일컫는다.
찬찬히 좀 둘러보면 모든 것이 음(陰)과 양(陽)으로, 하늘과 땅으로, 산과 계곡으로, 낮과 밤으로 나뉜다. 오목할 요(凹)와 볼록할 철(凸)처럼 말이다. 우리가 쉬는 숨조차 들이 쉬고 내 쉬는 들락날락 출입(出入)이며,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 생사(生死)조차 그렇지 않은가.
인류와 사촌간이라는 원숭이 중에 보노보 잔나비(Bonobo Primate)가 있는데 이들 사회에선 모든 분쟁이나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아무하고나 교미(交尾) 행위로 푼다고 한다.
월남전 당시 영국인 존 레논과 일본인 요코 오노가 반전노래 '이매진(Imagine)' 메시지를 그들의 행위예술로 만천하에 전시한 대목이 연상되지 않는가. ‘사랑하라, 전쟁하지 말고! Make Love, Not War!’
그렇다면 유인원(類人猿)에서 인간으로 진화 했다는 인류가 연어나 송어처럼 모천회귀(母川回歸)를 하거나 하루 빨리 보노보 잔나비로 퇴화(Devo lution)하는 것이 진정한 발달이고 전진이며 진보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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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자유기고가>